<font color="darkblue">이용석 교사 징계 중단을 위해 교육청에 탄원서 낸 제자들의 항변…“선생님이 이렇게 모욕을 받아도 되는 건지 기사 보고 가슴 아파”</font>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편향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중징계(파면·해임·정직) 회부된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 사건( 618호 참고)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경기도교육청은 7월13일 징계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8월4일로 결정을 연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이 교사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징계를 내릴 공산이 크다.
그럼 우편향 교육은 징계 안하나
상동고 졸업생들은 “이 교사의 징계를 납득할 수 없다”며 경기도교육청에 징계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지난 한 달 동안 옛 스승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상동고 2회 졸업생들을 7월27일 오후 부천 송내역 근처에서 만났다. 청소년 딱지를 떼고 스무 살이 된 권순범, 유은성, 신승우, 김지훈, 곽우신씨. 올해 초 상동고를 졸업한 대학생과 재수생들이다.
“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기사는 그렇다 치고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과연 이 선생님이 이런 모욕을 받아도 되는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좌편향 교사’로 찍힌 스승의 이야기는 제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았고, 이심전심 경기도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옛 기록을 뒤져 휴대전화로, 이메일로 동창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약 2주 동안 2회 졸업생 8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 홈페이지에는 타 학교 졸업생들의 발길도 이어져 60여 명의 서명이 덧붙여졌다.
“이 선생님이 좌편향 교육을 했다니요? 사회의 대세는 이것인데, 다른 것도 있다고 이야기한 건데 그것이 왜 문제지요?”라는 권순범씨의 말에 곽우신씨가 “그럼 우편향 교육도 징계해야지”라고 맞장구쳤다.
1학년 때 이 교사가 담임으로 있었거나, 지난해 3학년 독서과 수업을 받았던 이들은 학부모와 학교 쪽의 주장과 달리 “이 선생님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열린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곽우신씨는 “선생님이 가끔씩 세상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많았고 세상 바라보는 눈을 가르쳐줬다”며 “진도 나가야 한다며 불평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지만, 아무도 수업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동고에서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국기 맹세가 수없이 울려퍼졌다.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운동장 조회를 했고, 2주에 한 번씩 방송조회를 했다. 이용석 교사는 2년 전부터 전체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고 있다. 제자들에게 존폐 논란이 한창인 국기에 대한 맹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국기 맹세와 비슷한 행위가 필요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 맹세문은 개선돼야 해.”(김지훈)
“운동경기에서도 하고 텔레비전에도 자주 비치고… 아직도 나에게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유은성)
“지금 만약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우리 모두 자동으로 일어나고 말걸? 파블로프의 개처럼.”(권순범)
맹세문, 습관처럼 외우진 않는다
졸업생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들은 이미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해 성찰하고 있었고, 앞으로는 적어도 습관처럼 외우지는 않을 것 같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고나 할까.
이 가운데 권순범씨는 교사를 꿈꾸는 교원대 역사교육과 1학년이다. 권씨는 “이 선생님은 나의 역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껏 학교를 다녀오면서 좋은 역할 모델보다 부정적인 역할 모델이 많았다”고 짧게 덧붙였다.
이용석 교사는 끝내 징계를 받고 말 것인가. 제자들은 스승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면서 “최소한 파면이라도 면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위기에 처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갓 싹을 틔운 교육의 다양성을 지켜보는 역사의 눈이 8월4일 경기도교육청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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