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축구’ 배우는 독일 유소년 클럽의 한국 소년들…“감독님이 무섭지 않아서 무엇이든 자신있게 할 수 있어요”
▣ 쾰른·베르멘= 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일에서는 한 번도 같은 훈련을 했던 기억이 없어요.”
현정근(16) 선수는 “한국은 매일 반복하지만, 독일은 매번 새로운 훈련을 한다”고 두 나라의 차이를 설명했다. 월드컵 개막일인 6월10일, 독일 쾰른에서 축구 유학을 하고 있는 현 선수의 훈련장을 찾아갔다. 쾰르너 나후북스(Nachuwuchs) 푸스발 유소년 클럽의 축구장에서 13명의 청소년들이 뙤약볕 아래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 선수의 말처럼 연습이 다양했다. 두 선수가 일대일로 주고받는 패스 연습을 해도, 한 번은 패스만 주고받았다면 다음엔 발로 패스를 하고 가슴으로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골키퍼인 현 선수는 “다이빙 캐치 연습을 해도 한 번은 좌우로 그냥 다이빙하고, 다음에는 사이드 스텝을 밟다가 다이빙을 하는 방식”이라며 “다양한 훈련을 하니까 다양한 적용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즐기는 것과 억지로 하는 것의 차이
현 선수는 경기 일산의 중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한국 학교 팀에는 골키퍼 전문 코치가 없지만, 지금 소속된 독일의 유소년 클럽에는 골키퍼 전문 코치만 5명”이라고 ‘축구 환경’을 비교했다. 그는 “더구나 코치마다 지도 방식이 달라서 다양한 코치에게 다양한 기술을 배우니까 실력이 느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독일에서 축구 유학을 하고 있다. 현 선수는 아침 8시부터 6시간 수업을 받고,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연습을 한다. 금요일에는 대개 골키퍼 전문 코치에게 훈련을 받고, 주말에는 경기를 뛴다. 하루에 ‘겨우’ 2시간 연습을 하는 셈이다. 독일에서는 유소년부터 프로선수까지 하루 훈련 시간, 시즌 길이, 경기 수가 비슷하다. 그는 “만약 한국이라면 오전 운동, 오후 운동에 방학 때면 새벽 운동까지 했겠죠”라고 말했다. 운동량은 한국이 최소한 두세 배 많은 셈이다. 도대체 왜 훈련은 더 많이 하는데, 실력은 더 떨어질까? 현 선수는 “정말 즐기면서 하는 것과 억지로 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정말로 좋아서 짧고 굵게 훈련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슷한 훈련을 끝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독일에서는 학교 성적이 나쁘면 축구 코치에게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코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이 ‘생각하는 축구’의 바탕이 된다.
이날 훈련은 선수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벌이는 미니게임으로 끝났다. 현 선수는 “독일의 훈련은 반드시 미니게임으로 마무리된다”며 “미니게임을 하면 팀워크가 좋아지고, 실전경험이 생기고, 슈팅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습이 체력 위주인 반면 독일의 훈련은 실전 위주라는 것이다. 독일의 코치들은 선수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는 “무언가를 상상하고도 시도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지만, 시도하고 실패하면 오히려 칭찬을 받는다”며 “그래서 단순히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독일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적응에 6개월은 걸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걸림돌이었다. 그는 “감독이 저쪽으로 뛰라고 하는데 혼자서 이쪽으로 뛰어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하니까 실력 발휘도 안 되고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니까 적응도 쉬워졌다”고 돌이켰다. 그는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13살 문창진의 별명은 ‘리틀 마라도나’
독일의 베르멘에서도 한국의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6월2일 독일의 명문구단인 베르더 브레멘의 연습경기장에서 한국 소년 두 명이 뛰고 있었다. 13살 동갑인 문창진, 홍현진 선수가 브레멘 유소년 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역시 연습의 마지막은 골라인 양쪽에 골대를 두 개씩 설치해두고 벌이는 미니게임이었다. 골대가 4개인 만큼 눈도 4개, 발도 4개가 필요하다. 하지만 눈과 발을 늘일 수 없으니 발을 빠르게 움직이고 시야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 창진이가 한쪽 골대로 골을 몰고 가다 상대 선수가 가로막자 재빨리 방향을 바꿔 다른 골대에 골을 넣어버렸다. 독일인 코치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헤르만 코치는 “저런 것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창진이의 천부적인 재능을 칭찬했다.
145㎝의 단신인 창진이는 ‘리틀 마라도나’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재능을 보여왔다. 올 1월에는 차범근 축구상 장려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12살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국내외 대회에서 37골을 넣었다. 창진이의 활약 덕분에 소속팀이었던 광양제철초등학교는 전국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부모는 창진이의 미래가 걱정됐다. 창진이가 4학년 때부터 선수로 뛰면서 너무 선수로 혹사당해 혹시 키가 크지 않는 것이 아닌가 걱정됐다. 그래서 창진이를 독일로 유학 보냈다. 독일에서는 하루에 2시간씩 짧게 훈련을 하기 때문에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창진이는 이미 2002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6개월 동안 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창진이는 올해 4월 축구 에이전시인 앨토스포츠 매니지먼트의 후원으로 브레멘으로 축구 유학을 왔다.
창진이는 다시 독일로 온 지 한 달 반 만에 빼어난 실력을 선보여 13살이지만 14살 팀에 영입돼 뛰고 있다.
이날은 14살 팀의 훈련이 없어서 13살 팀의 훈련에 합류했다. 창진이는 “독일에서는 감독님이 무섭지 않아서 무엇이든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진이와 함께 훈련을 받고 있는 현진이는 선수로서는 ‘메이드 인 저머니’이다. 현진이는 독일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익히면서 짧은 구력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4~2005 시즌에 준우승을 차지해 2005~2006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했던 브레멘의 선배들을 보면서 창진이도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브레멘은 독일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클로제가 활약하는 팀이다.
선수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인정받다
앨토스포츠 매니지먼트는 베르더 브레멘에 청소년 선수를 유학 보내고 있다. 창진이와 현진이 외에도 16살 팀에 김태현, 18살 팀에 이경환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올해 독일 5부리그에서 4부리그로 승격한 브레멘의 성인팀 오버노일란트에서 뛰고 있는 정준호(20)씨도 있다. 정씨는 한국의 대학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독일에서 마지막 도전에 성공했다. 독일과 한국 감독은 선수를 보는 눈도 다르다. 정씨는 스피드가 떨어져 한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독일의 감독은 양발을 쓰는 그의 능력을 높이 샀다. 정씨는 “한국의 감독들은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스피드가 없으면 쓰지 않지만, 독일 감독들은 선수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인 정씨는 지난 시즌 30경기 중 25경기를 선발로 뛰면서 팀을 5부리그 1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독일에 오지 않았으면 선수생활을 접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떤 선수에게 독일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에서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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