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의 바그다드 깜짝 방문 뒤 철군 계획 부상…한국도 6월 국회에서 자이툰 부대 치안권 이양 논의해야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지난 5월22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라크 ‘깜짝 방문’을 계기로 현지 주둔 영국군 철군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상황의 진전’이란 전제가 깔려 있긴 하지만, 철군 시점과 대상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3월 말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조기 철군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라크 “6월부터 평화지역은 이양 가능"
이번이 다섯 번째인 블레어 총리의 바그다드행은 애초 새로 출범한 누리 말리키 총리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지 방문’으로 해석됐다. 여덟 겹 검문소가 철통 경계를 펴고 있는 요새 같은 바그다드 중심가 ‘안전지대’에서 누리 말리키 이라크 새 총리를 만난 블레어 총리는 “이제 이라크에선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거국 정부가 구성됐다”며 “이라크 국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의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가 6시간가량 머문 이날 바그다드에서만 두 차례 차량폭탄 공격이 벌어져 9명이 숨졌다. 바그다드 이외 지역에서도 무장세력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적어도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5월 들어 이날까지 각종 유혈 충돌로 비명에 간 이들은 모두 848명으로 집계됐다. 바그다드에서 ‘역사의 새로운 장’은 핏빛으로 쓰이고 있었다. 영국 일간 는 블레어 총리의 ‘낙관론’과 이라크가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소름 끼치는 부조리”라고 표현했다.
“이라크군은 점진적으로 (다국적군에게서) 치안 유지권을 넘겨받기 시작할 것이다. 올해 말까지 (저항이 거센) 바그다드와 안바르 일대를 뺀 나머지 지역에선 이라크군이 치안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을 본다.” 말리키 총리는 이날 ‘안전지대’ 안 자신의 집무실에서 블레어 총리와 ‘사적인 대화’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이날 두 총리의 대화는 이라크 주둔 외국군의 철군 시점에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말리키 총리는 또 “몇몇 평화로운 지역에선 6월부터 치안 유지권 이양 작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를 같이해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 방문을 수행한 영국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은 현지에서 만난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 “앞으로 4년 동안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의 현재 역할과 구조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주둔지가 안정을 유지하게 되면 철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군은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바스라 등 남부 4개 주의 치안 책임을 맡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혈사태가 적은 마이산과 무산나주에선 이르면 올여름부터 단계적 철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게다.
이라크군이 자체 치안 유지에 나설 수 있는 후보지를 꼽자면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과 도후크, 술라이마니아 등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 3개 주도 빠질 수 없다. 바그다드와 안바르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저항세력의 공세와 종족 간 유혈 충돌에서 쿠르드족 자치주는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철군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침공 주도국의 철군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해 찬성토론에 나선 조성태 의원(열린우리당)은 “마지막 1년”이란 말을 두 차례나 사용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이번 파병 연장 동의안은 현재 3500명 규모에서 약 1천 명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철수하는 안으로 내용적으로 단계적 철군안이라고 봐도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제 때가 됐다. 6월 임시국회에선 구체적인 철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영국마저 철군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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