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소개하는 제10회 인권영화제의 숨은 재미…
11편의 아시아에 아옌데 대통령, 체 게바라 특별 출연도
▣ 김정아 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10회 인권영화제가 이제 곧 열립니다. 인권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바로 인권영화제라는 것, 아시는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겁니다. 지금부터 10회 인권영화제 구석구석 숨은 재미를 알려드릴 테니,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개막 주인공은 청바지 공장의 중국 여성
올해 인권영화제의 개막 커튼은 중국의 여성노동자 자스민이 엽니다. 개막작 <차이나 블루>의 주인공 자스민은 고향집을 떠나 남부의 작은 도시 칸톤에 있는 청바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사 입는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 ‘수출의 역군’이지요. 주 7일 노동, 무급 철야작업, 변변한 식당이 없어 숙소에서 서서 식사를 해치우고, 노예와 다름없는 작업 감시에 단체행동까지 탄압받아야 하는 중국 여성노동자들이 이번 개막작의 주인공입니다.
이런 노동자 인권 탄압, 우리에게 참 익숙한 이야기들이죠? 국내 작품인 <우리들은 정의파다>에서도 자스민의 고달픈 삶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 4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1분에 140보를 걷는 속도로 일하고 5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했다고 하지요? 다 지나간 옛일이고 먼 나라의 얘기일까요? 아무리 일해도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 노동자들, 며칠 전에도 당국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숨진 이주노동자의 현실에서 중국 여성노동자의 삶이 경제력을 자랑하는 이 땅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인권영화제의 주제를 ‘아시아 민중의 인권현장’으로 삼은 것도 바로 아시아 공동의 과제를 한번 환기해보자는 것입니다. 식민의 역사에서 발생하는 과거 청산,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로 인한 빈곤, 민주주의, 거기다 미국의 침략기지가 곳곳에 배치돼 있는 아시아. 인권영화제는 아시아의 연대를 모색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오랜 군사 독재 아래에서 신음하는 버마를 보여주는 <불탑의 그림자>, 40년 넘게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배가 이어져온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의 투쟁을 담은 <웨스트 파푸아>, 환경파괴와 자주적 삶을 침해하는 필리핀 미군기지를 고발하는 <쿠아리>,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오명를 딛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되고 싶은 방글라데시 영화 등 모두 11편의 영화가 아시아의 인권 현장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묵혀두었던 ‘다시 보고 싶은 인권영화’에도 구미가 당기는 분들이 많겠죠?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칠레전투>), 체 게바라(<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볼리비아 전투>) 등은 영화배우는 아니지만 인권영화제의 쟁쟁한 스타들입니다. 스크린으로 복원된 역사의 감동을 다시 만나보세요. 이 외에도 제3세계 필름의 연대기에 아로새겨진 <지하의 민중>과 팔레스타인 민중이 왜 자신의 몸을 ‘저항의 무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를 슬픔의 힘으로 보여주는 <아나의 아이들>, 자살골 때문에 비명횡사한 <에스코바의 자살골>, 지난해 영화제에서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렸던 <예스맨>도 다시 스크린에 초대합니다. 주옥같은 영화가 더 많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영작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해주실 거죠?
<노가다> <안녕 사요나라> <대추리의 전쟁> 상영
극장에 오는 걸 놓치신 분들, 영화의 감동을 다시 전파하고 싶은 분들은 비디오 배급을 눈여겨봐주세요. 물론 전 작품은 아니지만 상영했던 영화의 일부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비디오로 배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현재 배급하는 전 작품을 4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배급에서 나오는 수익은 인권영화제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소중한 종자돈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상영작 이야기를 좀 할까요. 국내작에 대한 관객의 성원은 매우 꾸준한 현상입니다. 건설일용노동자를 우리는 ‘노가다’라고 부릅니다. 영화 <노가다>는 불안정한 직업의 대명사인 건설일용노동의 산업구조를 일본과 비교하면서 찬찬히 인권침해의 구조를 파헤칩니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하 소송을 하고 있는 한국인 유족과 일본인 활동가를 통해 더 이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안녕 사요나라>는 1회 인권영화제를 <어머니의 보랏빛 손수건>으로 장식했던 김태일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영상을 한자리에 모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홍콩 투쟁을 담은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반대 행동에 대한 영상 <나비>, 신자유주의 도발 아래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는 농민과 비정규 노동자들을 담은 <신자유주의의 도발들> 등 모두 4편의 영상물을 상영합니다.
미군의 전쟁기지화에 반대하는 평택 황새울의 함성을 스크린에 초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평택 팽성읍 주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 몸으로 맘으로 그 투쟁에 동참하신 분들이 많으시겠죠? <트랙터가 부르는 평화의 노래>는 팽성읍 주민들이 정부의 강제수용에 강하게 반대하며 시작한 12일간의 트랙터 평화 순례를 담은 작품입니다. 강제수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주민, 대추리 지킴이들과 경찰의 충돌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푸른영상에서 만든 <대추리의 전쟁>은 600일이 넘는 촛불집회, 하나둘 늘어나는 지킴이들의 힘 등으로 인해 단단해지는 대추리 사람들의 저항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번 영화제는 황새울을 서울아트시네마의 스크린에도 초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권영화제가 직접 황새울로 달려가 그곳 주민들과 함께 어우려질 것입니다. 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 반딧불의 정신 중 하나가 ‘못 오는 관객은 우리가 직접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영화제 마지막 날 황새울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영상축제를 벌일 계획입니다. 평택 투쟁에 함께하셨던 분들, 아직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하셨던 분들은 영화제 마지막 날, 황새울로 달려와주세요. 대추리에 군사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 군부대까지 파견한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데, 황새울에 저항의 스크린을 걸어서 평화를 돋우는 일에 한몫하겠다는 게 영화제의 생각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인권영화제는 장애인관람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화려한 레드카펫 대신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게 목소리를 더빙한 작품도 부족하지만 몇 편(<차이나 블루> <노가다> <아나의 아이들> <허락해주세요>) 상영하고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국내작에도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조해주시고 자막 작업을 위해 애써주신 국내작 감독들에게 큰절이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힘닿는 대로 마련한 잔칫상에 장애인들이 많이 오셔서 인권을 즐겨주세요.
비장애인들께서도 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데 같이 실천하길 당부드립니다. 인권영화제는 1회부터 지금까지 전 작품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값싼 영화라서, 국가나 기업에서 뭉칫돈을 후원받아서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든 ‘인권’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기 때문입니다.
‘멈추지 말라’는 기대가 힘이 됐습니다
저희는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관객의 바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불온한 것을 꿈꾸며, 실정법에 저항하는 영화제가 평탄하게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멈추지 말라는 기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북돋우는 저항의 스크린은 그렇게 10년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축하와 지지 속에서 다시 1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 ||||
▣ 이상희 제10회 인권영화제 기획담당
올해 인권영화제는 돋움행사들도 풍성하다. 기존 매체들이 왜곡해 전달해온 허상으로서의 아시아의 모습을 걷어내고, 인권의식이 경계를 넘어 확대되는 돋움의 시간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첫 번째 행사로는 5월4~21일 서울 평화박물관 대안공간 스페이스 피스에서 ‘버마, 희망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린다. 영화감독, 인권활동가들이 타이에 있는 버마 난민캠프, 버마 국경 정글에 사는 피난민 마을, 버마 양곤 등에서 촬영한 사진이 전시된다. 이들은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난민들과 국내 피난민들의 삶을 통해 버마 군부독재의 실상과 소수민족 문제를 이야기한다. 특히 난민캠프와 버마 정글에 사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갤러리 한쪽 면을 채운다.
5월13일 오후4시, 서울 아트시네마에서는 작은 아시아 축제가 열린다. ‘아시아, 또 다른 우리’라는 주제로 열리는 문화 행사다. 관광과 투자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온 아시아에서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또 다른 우리를 만나게 된다. 필리핀 마르코스 독재 시절부터 현재까지 저항가수 겸 시인으로 활동한 제수스 산티아고(Jesus M. Santiago)는 <팍바바고>(Pagbabago·‘변화’라는 뜻)라는 노래를 통해, 마르코스·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축출한 필리핀 민중의 힘(피플파워)과 그 의미를 이야기한다. 버마-타이 국경지역에서 매체를 통해 버마 민주화운동과 소수민족 운동을 하는 솜콤후엔(Som Khom Huenn)은 버마 민중의 삶을 노래한다. 웨스트 파푸아, 필리핀, 버마, 네팔,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각 분쟁지역을 방문하고 온 인권활동가들은 사진과 영상자료로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한다. 영화배우 오지혜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 공연에는 평화를 노래하는 연영석, 실버라이닝, 이주노동자 그룹 스톱크랙다운, 퍼포먼스 그룹 예기와 장소익도 함께한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5월14일에는 영화제 공간을 평택의 황새울로 옮긴다. 동요 <노을>의 배경이 되었던 평택의 넓은 들녘에서 노을을 감상한 뒤, 주민들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문화행사와 영화 상영을 한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영화 밖 이야기 마당’이 10일 오후6시 <책임회피> 상영 뒤 준비돼 있다. 현재 버마 민주화운동 단체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버마 아라칸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우 인터내셔널의 버마 가스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정유회사 유노칼의 버마 가스 개발을 다룬 영화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특검, 윤석열에 사형 구형…“헌법 수호 책무 져버려”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232429106_5417682227122231.jpg)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사형 구형 순간 윤석열, 머리 내저으며 웃음…이전까지 여유만만

국힘 윤리위, 한동훈 ‘심야 기습 제명’

특검, 윤석열에 사형 구형…“반성 없어, 중형 선고돼야”

‘서부지법 폭동 배후’ 혐의 전광훈 구속

윤석열 쪽, 이제 와 “계엄 전 민주당 해산청구 검토”…논리 급조했나

새 법원행정처장에 박영재 대법관 임명

특검, 김용현에 무기징역 구형…“내란 설계·운용 핵심”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661160943_2026011350074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