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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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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수입으로 굴리는 ‘문화마케팅’

등록 2006-04-05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은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 순수 기부금 비중은 날로 줄고 직접 운영 프로그램은 대폭 증가 </font>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처음에 장학금 지원 사업에서 시작됐다. 돈은 없는데 공부는 하고 싶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기업 내에 문화·복지재단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문화·예술 지원활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은 공과금을 못 내 수도·가스·전기가 끊긴 가정에 대한 ‘긴급 구호사업’도 벌였다. 취약 가정이 당장 돈이 없어 빈곤에 시달리면 각 가정에 수십만원씩 돈을 대준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등이 배치돼 국가가 이런 일을 떠맡자 이제 긴급구호 활동을 없애고 이 사업은 국가에 넘겼다.

“사회공헌은 위기관리 수단의 하나”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비는 계열사들이 기업 내 공익·복지재단에 출연한 수백억원의 기본 재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으로 주로 충당된다. LG복지재단의 연간 사업비 30여억원도 대부분 이자에서 나온다. 특히 이 재산은 출연 즉시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서 이 돈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으면 국가에 귀속된다.

요즘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복지보다는 ‘문화마케팅’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사회적 책임’에 따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특히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여긴다. 미술과 음악 분야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일수록 문화마케팅의 형태를 띠는데, 사회공헌 활동 중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기업 메세나 활동’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다. LG복지재단 정윤석 상무는 “기업의 VIP 고객에게 오페라 공연을 관람시켜주면 공연단체도 좋고 기업에도 좋다”며 “기업 이미지와 평판이 좋아져 소비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사게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미술관 리움은 삼성 계열사에 온 고위층 손님들이 공장을 견학하고 나서 한 번쯤 가보는 곳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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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금은 총 1710억원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기업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미술관·콘서트홀 등을 운영하는 데 쓰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기업 이미지 개선과 문화마케팅의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은 연간 투입되는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조사(2003)에서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효과를 높인다”고 응답한 기업이 58%(기업 이미지 제고 26%, 브랜드 이미지 제고 13%, 마케팅 효과 12%, 고객만족 7%)로 나타났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라는 응답은 21%였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이 많은 기업일수록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빨리 회복할 수 있다. 그 기업에 대한 호감이 생겨서 어려울 때 제품을 사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며 “그런 점에서 사회공헌은 기업의 위기관리 방안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소득과 여유를 가진 구매력 있는 층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예술 측면의 사회공헌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일까?

사회공헌 총 지출액 1조865억원

기업마다 사회공헌 활동을 문화·예술에 집중하면서, 저소득층과 소외시설을 돕는 공공·민간 복지단체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는 기업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전경련이 202개 국내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사회공헌 활동의 총 지출액(기부금+직접 운영 프로그램)은 1조865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기부금 비중은 1998년 95.6%, 2000년 95%에서 2002년 79%로 떨어진 반면, 직접 운영 프로그램은 1998년 4.4%, 2000년 5%에서 2002년 21%(2281억원)로 대폭 증가했다. 매출액 1조원 이상인 62개 대기업일수록 직접 운영 프로그램의 비중이 더 높은데, 기부금은 평균 72억원(67.9%), 직접 운영 프로그램은 34억원(32.1%)에 달했다. 한편, 삼성문화재단·삼성복지재단 등 75개 기업재단만 놓고 보면 2003년 총사업비 지출은 1998년 1083억원, 2001년 4118억원, 2003년 531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2003년 기업재단의 사업비 중에서 사회복지는 593억원(11.2%), 장학·학술연구 484억원(9.1%), 문화·예술 675억원(12.7%)으로 사회복지보다 문화·예술 사업비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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