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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시민들의 6자회담, GPPAC

등록 2006-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중·일·러·대만·몽골의 시민단체 대표들 서울에 모여 ‘평화만들기’논의
“외교·안보 영역에 시민사회가 직접 개입하여 냉전의 잔재 쓸어버리자”

▣정인환 기자/ 한겨레 국제부 inhwan@hani.co.kr

“시민사회 차원의 6자회담을 만들자.”

외교·안보 영역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무력갈등예방국제연대’(GPPAC)는 3월6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강당에서 동북아 지역회의를 정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 시민사회 차원의 ‘평화 만들기’를 위한 논의를 벌였다. 이날 회의는 지난 3월2~4일 북녘 땅 금강산에서 열린 지역회의를 결산하는 자리다.

지역회의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인 한·중·일·러 등 4개국을 포함해 대만·몽골 등 6개국에서 모두 30여 명의 시민단체 대표단이 참여했다.

동북아 공동체의 중요한 첫걸음

한반도 평화와 역사 왜곡 문제에서 일본 평화헌법 9조, 양안 갈등과 북방 영토분쟁 등 이날 각국 참가자들의 열띤 논의는 두 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6자회담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동북아 시민사회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한국 쪽 주장에, 일본 쪽 참가자들은 한반도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는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기미지마 아키히코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가 일본 평화헌법 9조 유지가 동북아 지역안보 유지를 위해 중요함을 역설하자, 오는 11월3일 평화헌법 제정 60주년을 맞아 국제연대 활동에 나서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쿠릴열도 등 러-일 간 영토분쟁에 대한 발표에 나선 바딤 가포넨코 블라디보스토크 해양대학 교수(국제관계)는 “동북아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영토분쟁은 소통의 부재 때문에 생긴 오해와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분쟁 지역 자연생태에 대한 공동연구와 평화공원 건설 등을 통해 영토분쟁이 무력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데니스 린 대만평화시대재단 연구원이 “양안 갈등 해소를 위해 서로 이해를 돕는 열린 대화공간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베이징평화군축인민협회의 첸후아이판·페이용이 등 중국 쪽 참가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회의 참석자들은 △6자회담과 북-일·북-미 관계 정상화 지원 △동북아 비핵지대 건설 위한 노력 △과거사 청산을 위한 공통 역사 인식 증진 △일본 평화헌법 9조 지원활동 △영토분쟁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대화 촉진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동북아는 국경의 폐쇄성이 심한데다, 지역 차원의 정부 간 안보협력 틀조차 없는 갈등이 상존하는 지역”이라며 “동북아 시민사회가 공동의 협력과 갈등 해결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동북아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 회의, 북한 참석 기대

애초 GPPAC 쪽은 이번 회의에 북쪽 단체의 참여를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경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소장은 “남쪽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통해 북쪽 조선반핵평화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참여해줄 것을 부탁했다”며 “북쪽에서도 관심은 보였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참여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동북아 비핵지대화 문제를 주제로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열릴 다음번 지역회의에 북쪽과 미국 단체가 참석한다면 그야말로 시민사회가 만들어내는 ‘대안 6자회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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