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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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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독립 만세!

등록 2006-01-10 00:00 수정 2020-05-02 04:24

전기 사용량의 대부분을 대체에너지로 바꾸는 제로에너지주택이 미래를 구할까…풍력·태양열·지열 등을 이용한 자체발전 시스템, 연료전지 상용화가 관건

▣ 대전=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언젠가는 외부의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가전제품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학의 스튜어트 윌킨슨이 개발한 ‘개스트 로봇’(gastrobot) ‘추추’는 섭취하는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추추의 뱃속에 들어 있는 대장균 박테리아가 설탕에 작용해 전자를 발생시킨다. 이들이 산소 원자에 끌려 움직이면서 전류를 만드는 식이다. 추추의 원리를 적용한 가전제품은 음식물 쓰레기로 작동하면서 예비전력을 만들 수도 있다. 아직은 음식물 소화나 배설에 관한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외부 전력 소모가 없는 가전제품이 꿈같은 일만은 아니다.

집 개조 비용 70% 정부 지원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미래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가 지난 1997년부터 청정 환경을 보전하고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자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효과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행원풍력발전단지는 바람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금까지 9만4184MWh를 생산해 도내 소비전력의 1%를 대체하는 효과를 보였다. 게다가 동광 등지의 태양광 주택 57가구의 발전시설 143kW는 지금까지 161MWh의 발전으로 가구당 전기 사용량의 80%를 태양광 전력으로 대체해 모두 3천만원의 전력료를 줄였다.

이렇게 신재생에너지가 가정의 불빛의 조도를 높이면서 에너지 자립의 미래상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에 가면 신재생에너지의 파급 효과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연구부 백남춘 박사는 “태양열·지열 복합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과 자연형 태양열 축열벽 시스템 등의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는데 연료전지는 아직도 개발의 여지가 많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대체로 기존 주택보다 15%가량 초기 비용을 더 투자하는 정도면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도 정부 지원을 건축 쪽까지 확대하면 개인의 추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의 판단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태양열 주택이 시나브로 선보였다. 하지만 개별 기술이 통합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면서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다가 풍력과 태양광에 연료전지 등까지 맞물려 적용되면서 놀라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때마침 법적인 뒷받침까지 이뤄져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날개를 달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공공건물 신축 때 신재생에너지로 5%를 충당하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2010년까지 추진하는 가정용 연료전지 1만 가구 보급사업 계획에 따라 개발되는 가정용 연료전지가 제로에너지타운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면서 주택의 에너지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요즘 제로에너지타운 아파트형 빌딩에서 운용하는 1㎾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GS퓨얼셀이 개발했다. 이 제품은 도시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구조다. GS퓨얼셀에 따르면 연료전지의 발전효율이 최대 32%(화력발전은 20%대)로 열효율 48%를 포함하면 총효율이 80%를 웃돈다. 1㎾급 연료전지를 한 달 동안 작동하면 720kWh의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1가구가 평균 사용하는 300kWh의 두 배가 넘는다. 다만 기존 발전 시스템보다 10배가량 비싼 제조 비용(kW당 500만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국내의 주거용 건물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78% 이상이 난방이나 급탕에 쓰인다. 이는 국가 총에너지 소비의 10.6%를 차지하는 양이다. 이 에너지를 줄이려면 건물 외장재를 태양전지판 타일로 덮고 옥상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하는 게 좋다. 지금으로선 뒷마당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연료전지를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100kW급 풍력발전기 하나를 세우면 20여 가구가 생활할 전력을 얻는다지만 부지 확보와 설립 비용, 관리 등을 가정에서 담당하기는 쉽지 않다. 가정용 발전소 구실을 하는 연료전지가 상용화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이라도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하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다. 만일 가정용 3kW급(한 달에 300kWh 이상 사용 주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2500여만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체 비용의 7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1천여 가구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축했고 올해는 1만 가구가 설치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광 전문업체인 헥스파워시스템의 에너지변환연구소 김영록 소장은 “일반 주택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면 전기료로 기본요금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500만원 이상의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게 관건이기에 정부와 기업, 개인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열병합발전소, 30% 비용 줄여

지금의 가정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을 그대로 둔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다양한 가전제품이 가정에 들어오기에 앞으로도 해마다 1% 안팎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대로 간다면 에너지 위기의 해법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지금 신재생에너지 주택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면 고효율 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해볼 만하다. 예컨대 주변 열기를 흡수해 물을 데우는 히트펌프를 온수장치로 사용해 급탕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햇볕양을 조절하는 차단기를 창문 외벽에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머지않아 유리창의 투명도를 조절해 열선을 차단하는 스마트 유리도 나올 듯하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 공급 사업도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민간업체가 일정 구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을 인근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에 공급하는 ‘구역형 집단에너지 공급사업’(CES·Community Energy System)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 1호 구역전기사업자로 선정된 열병합 발전 시스템 개발업체 케너텍은 지난해 11월 서울 사당지구 신동아아파트 등 4개 아파트 단지의 전기와 난방 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해당 아파트 거주민들은 예전보다 30%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CES 사업이 확산되면 전기요금이 다원화되거나 전력 과부하를 완화하는 효과를 덤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제는 대형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소비와 공급에 관련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그것은 미래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는 창조되는 게 아니라 우주 속에 한정된 양을 변환해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가정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서둘러 바꿔야 한다. 더구나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1%만이 생존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99%는 삶을 즐겁게 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우선 1차 전지가 들어 있는 장난감과 전동칫솔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에너지 과소비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절전형 모드로 가는 길

가전제품 플러그 뽑아두는 것만으로도 전력 소비량 10% 줄어들어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에너지의 이상적인 원천으로 꼽는 ‘핵융합’이나 ‘수소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담겨 있지 않았다.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는 적어도 30년 혹은 한 세기가 걸릴지 모르는 에너지 혁명에 지구의 운명을 내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몸에 밴 에너지 과소비 모드를 절전형 모드로 바꿔보자.
일단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여름철에 사용한 냉방기의 플러그를 뽑는다.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지 않았을 때 낭비되는 ‘대기전력’은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 불릴 정도로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전력은 핵발전소 1기의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오디오 등 여러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꽂아두는 멀티탭을 자동 절전 멀티탭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정 전력 소비량을 최소 10%는 절약할 수 있다.
절전형 모드를 유지하려면 에너지 효율이 낮은 조명기구를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백열등을 고효율 조명등으로 바꾸면 70% 이상의 전력을 아끼고 기기의 수명도 8배나 길어진다. 형광등도 고효율이 필수적이다. 40W 형광등을 32W 고효율 형광등으로 교체하면 20~35%의 절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형광등 기구에 고조도 반사갓을 절치하고 전용 안정기를 교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은 등을 여러 개 설치하는 것보다 큰 것 하나로 해결하는 게 절전에 이롭다.
새로 지어지는 모든 집에 효율이 높은 단열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며, 건축재료에는 에너지 효율을 상세히 표기하도록 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보탬이 된다. 만일 보조 난방기구를 구입해야 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석유와 가스 일색의 기존 보조 난방기에서 벗어나면 유지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자연 햇빛 원리를 응용한 난방 제품은 전기적 열효율이 85% 이상으로 일반 전기히터보다 5~6배나 높다.
대규모 거주단지나 대형 산업설비라면 소형 태양열·풍력 발전시설, 소형 열병합 발전시설 등을 도입해볼 만하다. 건물 설계에 밸류 엔지니어링 기법을 도입해 빙축열 시스템이나 조명제어 시스템 등을 설치하면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이다. 이렇게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완벽하게 채택하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지구 온난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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