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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를 잡아 가둬라

등록 2006-01-11 00:00 수정 2020-05-03 04:24

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온실가스, 포획 저장 시스템 개발에 관심 집중
배기가스 흡수하고 지하 퇴적암 지층이나 석유 시추지에 저장하는 방법 연구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폐로 들어가는 공기 분자 100만 개당 380개의 이산화탄소가 섞여 있다. 해마다 100만 개당 2개꼴로 늘어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1%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250억t이나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370ppm쯤이다. 당장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게 틀림없다. 언젠가는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이 모두 없어질 것이고 남극과 북극에도 형성될 것이다. 더욱이 바닷물의 수소이온 농도가 급격히 산성화되면서 해양 플랑크톤의 껍질이 녹아버려 생물종이 서식하지 못하는 ‘죽은 바다’로 돌변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 중독은 심각한 양상이다.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국으로 석유 수입 세계 4위이며 이산화탄소 배출은 9위다. 당연히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라는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는 교토의정서의 의무이행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차 의무이행 기간(2013~2017년)에는 감축 의무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국가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김정인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다. 온실가스 감축을 소홀히 하면 2013년 이후 우리 산업경제 규모가 50%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포획 장치, 비용이 문제

사실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탄화수소를 태우는 곳이라면 어디든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안전하게 저장하면 된다. 만일 이산화탄소 흡수 카트리지를 개발한다면 자동차나 발전소, 산업설비 등에 다양한 형태로 장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촉진하는 용도로 농작물에 사용하거나 온실의 수목 성장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 도시바사는 실온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리튬 규산염’이라는 세라믹 소재를 개발했지만 온실효과를 줄이는 대형 장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포획 저장 시스템 개발은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구촌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4분의 1이 발전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규모 석탄 연료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연간 600만t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한다. 무려 자동차 200만 대가 배출하는 양이다. 이런 화력발전소에는 굴뚝 대신 기체 흡수탑을 세워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만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인 ‘아민’(amine)이라는 작은 액체 방울이 배기가스에 접촉하도록 하면 된다. 이런 시스템은 배기가스의 15%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모은다.

하지만 기존의 화력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획장치를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연료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때 효율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실제로 석탄 가스화 발전소만 해도 이산화탄소 1t을 포획하는 데 25달러(약 2만5천원)가 들어간다. 기존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획 시스템을 설치하면 전기 생산 단가가 2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만일 강력한 탄소 배출 거래 체계가 확립되면 비용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다. 문제는 적절한 이산화탄소 저장 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포획 시스템 구축을 꺼린다는 데 있다.

소금물 속으로 침투시킨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지하에 소금물로 채워진 다공성 퇴적암 지층이 최적의 후보지로 꼽힌다.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음용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면 지표면으로부터 적어도 800m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이쯤 되면 대기 지층의 압력이 대기 압력의 80배에 이르러 고압으로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소금물을 밀어내고 지층의 구멍을 메운다는 것이다. 염수층에서 원유나 천연가스가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이산화탄소가 소금물 속으로 침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화산암이나 광물이 이산화탄소 저장고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종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산화탄소가 암석과 반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사문석과 감람석에 함유된 산화마그네슘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안정적인 탄산마그네슘이 된다. 화산암 지대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은 암석층 전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저장에 적합한 지층은 한정돼 있다. 만일 특정 광물을 이용하려면 화학반응이 일어날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암석을 갈아서 가루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애당초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던 화석연료의 근원지인 석유 시추지도 후보지로 꼽힌다. 원유가 매립된 지층에 압축기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원유가 다공성 암석을 통해 유정으로 흘러 들어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층에 숨어 있는 원유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산유국들은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서 1t당 10달러 안팎의 저장 비용까지 부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석유연구소(IFP)에 따르면 석유나 가스층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9300억t으로 추산된다. 채굴을 할 수 없는 석탄 광맥의 저장량은 400억t가량이다.

심해 저장 방식도 가능성 있어

앞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혁명적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이산화탄소를 포획 저장해야만 한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대규모의 천연 저장소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액화시켜 바다에 주입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이 방법은 바다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확신할 수 없어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는 추세였다. 그런데 미국 미시간대학 지질학과 유쉐장 교수가 액화 이산화탄소를 해저 3천m의 심해에 주입하면 해양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심해의 이산화탄소가 주위 해수보다 무거운 탓에 가라앉아 녹는다는 주장이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산화탄소를 포획 저장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 아무리 경제적 비용의 문제가 따를지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급속히 누출되면 끔찍한 재앙을 유발할 수 있기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만일 이산화탄소를 매장한 석유 시추지에 시멘트로 밀봉한 폐유정이 있다면 이산화탄소가 일시에 배출될 위험이 있다. 이산화탄소에 의해 밀려난 소금물이 시멘트 덮개를 부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이산화탄소를 저장고에 가둘 수 있다. 일단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획할 장치라도 설치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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