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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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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의 꿀맛나는 도전

등록 2005-05-25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세계가 깜짝 놀란 치료용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 발표
윌머트 박사팀과의 루게릭병 공동연구 기대 걸어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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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든버러=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재생의학의 씨앗을 뿌리며 세계를 누비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 그에게 ‘꿀단지’가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리틀프랑스에 있는 에든버러 의과대학 왕립병원 대강당에서 5월18일 열린 ‘한국-스코틀랜드 바이오산업 국제 심포지엄’에는 황 교수가 풍기는 ‘꿀맛’을 느끼려는 국내외 연구자들로 가득 찼다. 사실 국내 연구자들보다 영국쪽의 관심이 각별했다. 심지어 카디프대학 제니 키징거 교수는 황 교수를 잠깐 만나기 위해 에든버러로 날아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황 교수와 공동연구를 모색하려는 해외 연구자들이 수두룩하다.

다음 단계는 줄기세포 분화 조절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꿀단지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구나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까지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취재진에게 “정말로 흥미롭고 놀라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면서 ‘치료용 복제’의 일대 사건을 예감케 했다. 그런 분위기는 황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주 미국으로 떠나는 전날 에든버러에 도착하는 강행군에도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황 교수는 연방 웃음을 머금고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지만 서울에 도착하기 전에 밝힐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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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시간 뒤 황우석 교수는 런던에서 치료용 인간 배아 줄기세포주 11개를 추출한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척수마비 환자 9명을 비롯해 소아 당뇨병,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을 앓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국제 공동연구의 결실이었다. 놀랍게도 이번 연구에 동참한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복제 전문가 제럴드 섀튼 교수는 황 교수로 인해 학문적으로 ‘자기반성’을 한 인물이다. 그는 2년 전 <사이언스>에 “영장류 줄기세포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발표를 했다가, 황 교수의 성과로 인해 ‘곤혹’을 치른 전력이 있다.

이제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치료용 복제의 잠재적 가능성을 현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것은 사회적·의학적·과학적 임팩트’라 불리던 황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추출 1년여 만에 난치병 치료에 거대한 진전을 가져온 것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영국 언론들은 뉴캐슬대학 앨리슨 머독 교수팀이 황 교수의 도움으로 최초의 영국인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사실과 함께 치료용 줄기세포 추출을 일제히 머리기사로 게재했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신경세포를 척수에 이식해 운동·감각 신경을 되살릴 길을 터놓았다는 식이다.

지금으로선 환자의 줄기세포가 곧바로 치료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일 ‘예수의 주문에 따라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었다’는 성서의 기적이 실현되려면 줄기세포의 분화를 자유롭게 조절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그런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게다가 환자의 줄기세포가 제대로 기능할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한-스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차바이오텍 정형민 대표는 “치료용 복제의 놀라운 진전임이 틀림없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으로 배아 줄기세포에 관련된 문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분화를 완벽하게 조절해야 하며 동물의 혈청과 영양세포를 사용했다면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환자에게 언제쯤 이식될 것인가.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임상실험을 지켜보면서 황우석 교수팀과 이언 윌머트 박사팀의 루게릭병에 관한 공동연구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두 사람은 지난 17일 향후 일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리 정부와 로슬린연구소 사이에 양해각서(MOU)를 오는 10월 체결하기로 했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추출 성과에 로슬린연구소의 신경생물학적 성과를 더해 난치성 질환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제 꿀단지의 뚜껑을 열어 꿀맛을 보려는 순간에 다가선 황 교수는 여전히 신중하다.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당뇨병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만 할 수는 없다. 이제 거친 여행길에 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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