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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문구단 걍 사버릴까?

등록 2005-05-25 00:00 수정 2020-05-03 04:24

삼성, 첼시 후원 이어 직접 인수 검토
이건희 회장 직접 지시… 수억달러 수준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삼성그룹이 유럽 명문 축구구단 가운데 한곳의 경영권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침은 지난달 삼성이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으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인 첼시와 5년간의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도 높이는 ‘축구 마케팅’의 결정판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5월2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유럽 명문 축구구단을 직접 인수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에서 인수 가능성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인수가 이뤄질 경우 인수 가격은 수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회장은 축구 명문구단 인수 검토 지시를 하면서 ‘구단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그룹 이미지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우수한 한국 축구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 등용문의 구실도 할 수 있어 국민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유럽의 명문구단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억달러를 써야 할 것이라는 게 축구계와 재계의 분석이다. 경제잡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축구클럽 가치평가’ 등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명문구단의 경제적 가치는 12억달러 안팎, 10위권의 구단은 3억달러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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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5년 동안 후원 계약을 맺은 첼시의 경우 <포브스> 평가에 따르면 올해 가치평가는 4억49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단계 상승한 8위였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10위권 안에 있는 명문구단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3억달러 이상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첼시 사이의 후원계약금은 5년 동안 5천만파운드(약 1천억원)였다.

삼성의 명문구단 인수 검토는 최근 몇년에 걸쳐 점점 강도를 높여가는 ‘축구 마케팅’의 결정판으로서의 의미도 띤다. 삼성은 지난해 ‘유로 2004’ 개최국인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을 후원한 뒤 올 들어 아시아축구연맹(AFC) 후원사로 선정돼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후원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첼시의 공식 후원사가 됐다. 명문구단의 경영권을 직접 인수할 경우 한해 매출액만 수억달러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수익사업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 제고 사업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1년 동안 영국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을 8번이나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난 시즌 매출은 2억8900만달러였다.

삼성-첼시 경기, 계열사 사장단 대거 참석

5월20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첼시와의 친선경기에는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4월14일 디자인 전략회의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모였다가 이날 한달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사장단 이외에도 1천명 이상의 임직원이 초청된 이날 행사는 삼성쪽의 열성적인 ‘축구 마케팅’ 전략을 오롯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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