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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구’는 여전히 분노한다

등록 2005-05-17 00:00 수정 2020-05-02 04:24

2003년 민주당 당무회의장 난투극의 주인공 이막동씨 “열린우리당과 합당하면 가만 안 있을 것”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 여의도 정가에서는 단연 ‘난닝구’가 화제다. 여름의 필수 옷가지인 러닝셔츠가 열린우리당 재보선 책임 공방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논쟁의 중심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난닝구’는 4·2 전당대회 때 유시민 의원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통합을 외치는 문희상·염동연 후보를 비판하는 상징어로 사용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사수파’와 ‘발전적 해체 뒤 신당 창당파’ 사이에 난투극이 정점에 이른 2003년 9월4일 민주당 당무회의장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 사수를 외치는 한 당직자가 러닝셔츠 차림으로 ‘깽판’을 쳤다며 ‘난닝구=기득권 고수+패거리주의+완력에 기댄 비합리성+호남 지역주의’라는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신당동서 생업… 현재도 민주당 부위원장

옷장 속에서 잠자던 난닝구는 4·30 재보선에서 참패 뒤 다시 시장에 출시됐다. 문희상 의장·정세균 원내대표 등 ‘실용 블록’이 ‘민주당과 합당’ 카드를 다시 꺼내들자 유 의원 지지자들이 ‘난닝구들은 민주당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것이다. 이번에는 실용 블록도 새 상품을 선보였다. 유 의원 지지자들을 강경 위장 개혁세력이라고 몰아세우며 유시민 의원이 국회 등원 때 입었던 흰색 바지, 바로 ‘빽바지’로 맞선 것이다.

2003년 9월4일 당무회의장에 난닝구 차림으로 등장한 주인공은 이막동(59)씨다. ‘실용 난닝구’ 대 ‘위장개혁 빽바지’ 논쟁의 단서를 제공한 그는 현재 서울 신당동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여전히 민주당 부위원장 직함을 갖고 가끔 당사에 얼굴을 내비친다.

“중도개혁의 정치 노선을 50년 동안 유지해온 민주당을 깨고 나간 배신자들이 중도개혁파다 혁신개혁파다 주장하며 너절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난닝구 논쟁에 대해 그는 아주 시니컬했다.

그는 왜 러닝셔츠 차림으로 당무회의장에 나타났을까. “민주당이 잘못했다면 과감하게 혁파하고 개혁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지, 김영삼의 3당 합당에도 타협하지 않고 끈기 있게 반세기 이상 민주적 정통성을 지켜온 민주당, 노무현 정권 출범 토대인 그 민주당을 놓고 쌈질만 일삼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1980년대 신한민주당 종로중구 조직부장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창당에 나설 때 민주당에 입당한 뒤 줄곧 당을 지켰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실용 블록’ 인사들이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꺼내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몹시 분개했다. “재보선에 완패하니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정 거시기하면 개별적으로 입당하든 말든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합당이나 연합 공천은 있을 수 없다. 그깟 놈들 밥그릇 챙겨주려고 우리가 군사독재에 맞서 그 수난을 겪었는지 아느냐.” 그는 “배신자들이 고개를 뻣뻣이 쳐드는 합당이 이뤄진다며 내가 할복자살하겠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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