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콘도 감사 중단 폭로 뒤 소송 진행… 감사원 사무총장 오정희씨를 당시 실무책임자로 지목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지난 1996년 효산콘도 비리 감사 중단 의혹을 폭로한 현준희(52)씨는 10년째 감사원과 법정 싸움을 진행 중이다. 당시 감사원 6급 직원이었던 현씨는 양심선언을 통해 “효산그룹이 권력 실세들과 손잡고 콘도를 짓기 위해 불법 건축 허가를 따냈는데, 이에 대한 감사가 감사원 상부의 지시에 의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현씨의 폭로는 YS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검찰 수사 결과 효산그룹은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에게 떡값 6천만원을 줬고, YS의 중학교 동창 김경배씨를 고문으로 영입해 사업을 확장하는 등 이 사건에 YS 측근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씨는 감사원에서 파면당하고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현씨는 명예훼손 사건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 2002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현재 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감사정보 서류 은폐했다”
현씨 사건이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지난 2월25일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오정희씨 때문이다. 현씨가 효산에 대한 정보보고를 소홀히 처리한 실무책임자로 오 총장을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씨는 지난 3월15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감사원 5국2과장이었던 오씨가 효산그룹에 대한 감사정보 보고를 ‘참고자료’로 분류했다”며 “참고자료는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사실상 묵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효산에 대한 정보는 참고자료로 분류해서는 안 될 A급 정보였다”며 “내가 양심선언을 한 뒤 한달 만에 감사원이 재감사를 나간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현씨는 또 “5국2과는 나의 양심선언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효산에 대한 감사정보 서류를 변조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씨 말로는, 지난 1996년 국정감사에서 야당 법사위 소속이던 천정배 의원이 감사원에 현씨가 작성한 효산 비리 감사정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당시 보고서에는 현씨가 작성한 12장짜리 별지가 첨부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국회에서 그 서류가 없다고 답변했고, 대신 이듬해 3월 현씨가 작성했다는 한장짜리 감사 정보보고서만 천 의원에게 제출했다. 현씨는 이 보고서가 변조됐다고 주장했다. 애초 현씨가 작성한 자료에는 효산 직원들이 정부 청사를 8차례 방문해 건교부 직원들과 접촉한 전산 출입 기록이 증거로 들어 있었으나, 감사원이 제출한 정보 보고서에는 이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감사원 “나중에 국회 제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현씨의 이런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18일 <한겨레21>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현씨가 작성한 정보 중 효산콘도의 ‘업자와 공무원간의 금품 수수 의혹’은 구체성이 결여된 막연한 추측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이 없던 감사원으로서는 즉시 감사를 실시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도 이를 ‘폐기자료’로 분류하지 않고 ‘참고자료’로 분류한 것은 추가적으로 정보가 입수되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변조 의혹에 대해서는 “현씨가 감사정보를 제출하면서 열두장짜리 첨부서류를 당시 5국2과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존재를 몰랐다”며 “나중에 그 서류가 현씨가 근무하던 2국5과에서 발견돼서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또 “천 의원에게 제출한 한장짜리 서류는 1997년 한국전산원에 의뢰해 수정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받았다”며 서류 위조 가능성을 일축했다.
감사원을 상대로 한 현씨의 ‘10년 전쟁’은 대법원에서 파기된 사건을 고법에서 뒤집은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씨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씨의 전쟁은 내부고발자 보호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승리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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