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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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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타임>을 열망한다”

등록 2005-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창간 11돌 기획] 동아시아 시사주간지 | 중국

‘국가운영 체제’를 처음으로 탈피한 시사주간지… ‘인터넷과의 연동전략’으로 시장개척 승부수

▣ 펑웨이샹(彭偉祥)/ <중국신문주간> 편집장


중국에도 미국의 <타임> 같은 시사주간지가 생기게 될까. 이는 중국의 시사지 경영자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화제다.
중국에서 일정한 수준을 갖춘 시사주간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정기간행물의 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비준을 받아 공식적으로 펴내는 시사주간지는 <요망>(랴오왕), <요망동방>(랴오왕둥팡), <삼련생활주간>(싼롄생활주간), <신민주간>, <중국신문주간>(중궈신원저우칸) 등 다섯종뿐이다. <요망>과 <요망동방>은 국영 통신사인 신화사에서 출판·발행한다. <삼련생활주간>은 전통 있는 출판그룹에서 펴내고 있고, <신민주간>은 상하이의 신문그룹에서 발행한다. <중국신문주간>은 중국의 또 다른 통신사인 중국신문사에서 펴낸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 안정적 성장기 맞아

이 주간지들을 보면 오늘날 중국의 시사주간지는 중국의 주류 언론그룹이나 출판그룹에서 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시사주간지 발행에 거액의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시사주간지 시장이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비교적 모험이 큰 사업이므로 누구나 함부로 이 시장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이 시사주간지들은 안정적인 성장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시사잡지 시장의 광고를 대부분 휩쓸었다. 그럼에도 중국의 시사주간지들은 독자들의 뉴스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지는 못하다.
중국에서 시사주간지가 가판대에 등장한 것은 최근 10년래의 일이다. 중국인들은 보통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을 통해 시사 뉴스를 접한다. 시사주간지는 아직 널리 보급된 매체가 아니다.
중국에서 시사주간지가 등장한 시기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시사주간지가 살아남을 공간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사주간지는 생존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선을 긋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시사주간지가 아직 살아남은 건 중국 매체 시장의 빈 공간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중국 시사주간지의 전신은 도시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주말판’이다. 주말판은 매주 한번 나온다. 특히 광둥에서 발간되는 <남방주말>의 영향이 컸다. 지금도 나오고 있는 <남방주말>은 정부와 지방정부의 부패 등을 철저하게 캐고 심층 취재해 보도함으로써 순식간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자들의 이런 ‘심층 보도’에 대한 욕구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인 방송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시사 고정물인 ‘초점 방문’ ‘대화’ ‘신문 조사’ 등은 신문 주말판의 심층보도 형식을 빌려온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신문의 주말판은 “높은 곳에 올라가 한번 소리 높여 외치는” 데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주말판의 보도 내용은 두고두고 참고할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신문 수준의 인쇄 품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그 정도의 보존성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대다수 매체가 광고로 먹고사는 현실을 고려할 때 주말판 형식은 광고주들을 만족시키지도 못했다. 그래서 중국 매체시장에도 시사주간지가 등장하게 됐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 ‘시장’보다 더 큰 힘은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등장한 시사주간지들이 모두 이른바 ‘시장을 겨냥한 언론매체’들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는 시사주간지에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용어는 사실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매체는 매체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전엔 모든 언론을 국가가 운영했기 때문에 ‘시장을 겨냥한 언론매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의 재정 지원이 없는 시사주간지는 시장을 바탕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했고, 독자의 구미를 감지할 능력을 갖춰야 했다. 시사주간지에 투자할 때는 이런 전략적 판단력이 요구됐다. 이 때문에 시사주간지들은 기자 등 직원을 채용할 때도 비교적 유연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서방 기업의 경쟁을 통한 채용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금 문제로 정간하는 아픔 겪기도

시사주간지들의 성장 과정은 중국 사회의 전체적인 발전 과정과 서로 융합하면서 흘러왔다. 한편에선 시장경제의 도입이 언론매체에도 영향을 끼쳤고, 다른 한편으론 시장이 이런 새로운 언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엔 두 가지 뜻이 포함돼 있다. 하나는 독자들이 새로운 내용의 시사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광고주들이 새로운 정기간행물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장이 필요로 한다는 게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 대륙에는 약 8천개의 잡지가 있는데, 해마다 갖가지 원인으로 폐간하는 잡지가 적지 않다. 이렇게 많은 잡지 가운데 시사지는 아직 절대량이 부족하다. 시사잡지의 발행량도 충분하지 않다. 중국의 시사주간지들은 미국의 <타임> 같은 시사주간지의 영향력이나 경제적 수익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의 3대 시사주간지인 <타임> <뉴스위크>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전체 잡지 판매액의 순위에서 앞자리(각각 3위, 6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사주간지는 잡지 발행량이나 광고 수익에서 아직 전체 잡지 시장의 10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시사주간지는 걸음마 단계이며 아직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지 않았다.


오늘날 중국 대륙에서 발행되는,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 시사주간지 가운데 <중국신문주간>의 발전은 가장 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2000년에 창간했다. 5년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고난을 겪었다. 중간에 자금 문제로 잡지를 정간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재출간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중국에서 시사주간지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오늘날 <중국신문주간>은 높은 시장 인지도를 얻었고, 중국 대륙의 주류 언론으로 자리잡았으며, 상당한 발언권을 지니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5년이라는 역사밖에 갖지 못했지만 이미 중국 대학 언론교육에서 새로운 매체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시사주간지 업계 사람들은 중국에도 중국의 <타임> 같은 주간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열린 <중국신문주간> 200호 출간 기념 세미나에서 어느 언론 전문가는 “중국에도 반드시 중국의 <타임>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신문주간>은 여기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발전이 시사주간지가 성장할 수 있는 넓은 터전을 제공했으며, 중국에서 시사주간지 시장은 아직 넓다”고 지적했다. 중국인이 <타임>이나 <뉴스위크> 같은 품격을 갖춘 시사주간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징표가 된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신문주간>은 최근 2년 동안 편집 방침을 크게 개선했다. 가장 중요한 편집 방침은 중국 사회의 변화를 사실대로 기록하고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어 심층보도와 반성작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신문주간>의 목표는 국제적 시야, 중국적 관점, 창조적 직업정신을 획득하는 것이다.

더 많은 독자 속으로!

<중국신문주간>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과의 연동 발전 전략’이다. <중국신문주간>은 다른 시사주간지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막 보급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중국에서 시사주간지들은 경쟁사 시사주간지들뿐 아니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과도 경쟁해야 한다. <중국신문주간>은 발전 전략을 세우면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인터넷 언론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오늘날 중국의 상업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는 이들이 자체 취재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생산한 뉴스 상품이 별로 없다. 이들은 다른 언론에서 퍼온 대량의 보도와 패스트푸드식 뉴스로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런 뉴스 이외에도 심층 설명과 깊은 분석을 요구한다. <중국신문주간>은 독자들의 이런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일부 상업 사이트에 기사를 전재할 권리를 주어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중국신문주간>의 지명도도 높여 짧은 시간 안에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신문주간>의 발전 목표는 중국의 <타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시사주간지가 더 많은 독자 속으로 파고들어가느냐다. 중국의 속담에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 머나먼 길을 <중국신문주간>은 이미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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