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커트 웰던 미 하원 의원의 방북 이후… 출범 앞둔 2기 부시 행정부가 동참 시 6자회담재개도 가시권 </font>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커트 웰던 미 하원 의원 일행의 연초 방북이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웰던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1월14일 서울에서 “자신을 단장으로 한 미 하원의원단 6명은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평양을 방문,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는 90분, 북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10시간, 이찬복 상장과 1시간 등 북한 고위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의 행보는 지금의 꽉 막힌 북-미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 하원에서 9선의 경력을 갖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출신 의원이다. 그가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실제로 그의 측근 가운데는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한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누구도 속시원한 북핵 문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내놓은 대안들도 에너지 협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북한 당국의 핵 개발 동기를 에너지난에서 찾고 있으며, 해법도 에너지 지원으로 내놓는다.
[%%IMAGE1%%]
주목 끈 10시간 대화, 핵심은 천연가스?
지난 2003년 5월 처음 방북했을 때 해법으로 내놓은 ‘코러스(KoRUS) 프로젝트’는 지금도 유용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전문가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베리아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관통해 남쪽으로 끌어내려오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한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통과료 수입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비친다. 웰던 의원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대가로 가장 받기를 원하는 게 에너지라는 데 주목한 듯하다. 그가 14일 서울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쪽과 깊은 토의가 오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웰던 의원은 “김영남 위원장은 한·미 모두가 원하는 한반도의 평화 공존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표출했고, 백남순 외무상도 1년 전쯤 미 의회쪽에서 발의했던 10개항의 문서를 언급하면서 대화에 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계관 부상과는 무려 10시간이나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 부상은 웰던 의원이 2003년 5월31일 평양 방문시 그의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상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던 파트너였다. 당시 김 부상은 웰던 의원의 제안에 대해 “우리(북쪽)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란 사실을 미국에 돌아가면 미 정부에 전달해도 좋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가졌던 북쪽의 다른 인사들과는 달리, 김 부상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던 것은 웰던 의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매우 심도 있는 실무적 얘기가 오갔음을 시사한다.
대화재개 위해 몸풀기 나선 북한
코러스 프로젝트는 웰던 의원의 북핵 해결 그랜드 플랜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2단계 10개 항목 구상’(Two-stage ten points plan)의 핵심 실천 수단이다. 이 구상의 얼개는 이렇다. 1단계에서 미국은 북한과 1년 시한의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은 핵 사찰 허용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재가입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남한은 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 매년 30억~50억달러의 기금을 10년간 조성한다. 2단계에서는 1년 한시적인 불가침조약을 영구적인 것으로 전환하고, 북한은 향후 2년에 걸쳐 핵무기와 핵물질을 모두 제거한다. 10개 항목에는 에너지 지원뿐 아니라 북한 농업 개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지원은 이미 러시아의 에너지 관련 대기업들뿐 아니라 한국의 일부 기업들도 참가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웰던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힘과 영향력을 가진 미 행정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이다. 웰던 구상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관계자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다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담하고 포괄적인 대북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의 견해를 내놓았다. 이런 두루뭉술한 표현이 웰던 구상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등 동유럽 지역 전문가이자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죽 활동해온 인연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군사안보 전문가로 평가받는 그가, 지치지 않고 자신의 구상을 부시 행정부뿐 아니라 관련 당사국들에 주입시키고 실천하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구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IMAGE2%%]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웰던 의원이 언급한 북한의 반응도 눈여겨볼 만한다. 그는 “현재 북한은 두 가지 점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하나는 6자회담에 앞서 차기 미 행정부의 구성과 함께, 워싱턴에서 북 지도부에 대한 비판 발언이 나오고 있느냐 여부”라면서 “지금대로 나간다면 몇 개월이 아니라 몇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시 2기 행정부는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 출범된다. 부시 행정부 2기를 이끌어갈 핵심 외교안보 정책 결정 라인은 거의 정해진 상태다. 즉, 대북 정책은 국무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현 주한 미 대사) 내정자가, 백악관에서는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지금의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빅터 차 한반도 담당 국장(전 조지타운대 교수)으로 라인이 그려졌다.
이들은 상원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라 아직 부시 행정부 2기의 구체적인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웰던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 재개를 위한 몸풀기를 서서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 내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북한 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발언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다만, 워싱턴 민간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 대북 강경론자들의 거친 언사가 여전히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기는 하다. 웰던 의원의 관찰이 정확하다면 6자회담 재개는 조만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미묘한 시점에 북한과 미국 행정부 양쪽에서 웰던 의원의 방북을 허용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1월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의회 대표단은 미국 정부 대표단이 아니고 의원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라고 강조했으나, 웰던 의원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번 대표단의 방북을 지지하며 축복을 내려주었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지난 2003년 10월 웰던 의원 일행의 재방북을 적극적으로 저지했던 당시 백악관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2기 출범을 앞두고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다시 한번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법하다.
백악관 비서실장, 방북 지지해
<조선중앙통신>은 1월14일 웰던 의원 일행이 돌아간 뒤 “미 국회의원들의 발언 내용이 2기 부시 행정부의 정책으로 정립된다면 6자회담 재개와 핵 문제는 물론 조―미 사이의 모든 현안 문제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데 대해 확언했다”고 전했다. 부시 2기 행정부가 웰던 의원의 구상과 방북 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수용한다면 북-미 관계의 봄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번 미 대선, 개표 빨라지지만…경합주 접전 땐 재검표 ‘복병’
숙명여대 교수들도 “윤, 특검 수용 안 할 거면 하야하라” 시국선언 [전문]
황룡사 터에 멀쩡한 접시 3장 첩첩이…13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SNL, 대통령 풍자는 잘해도…하니 흉내로 뭇매 맞는 이유
[단독] 국방부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북 파병으로 사이버 위협 커져”
미 대선 윤곽 6일 낮 나올 수도…끝까지 ‘우위 없는’ 초접전
남편 몰래 해리스 찍은 여성들…폭스 뉴스 “불륜과 같아”
미 대선, 펜실베이니아주 9천표 실수로 ‘무효 위기’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왜 하필 거기서’...경복궁 레깅스 요가 영상에 베트남 누리꾼 시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