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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화와 보호의 조화”

등록 2004-12-17 00:00 수정 2020-05-03 04:23

[기획/ 비정규직 법안 지상 공청회- 노동부 vs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차별 해소·남용 규제’ 강조한 노동부… 지나친 보호규제는 고용감소·아웃소싱 증가 일으킬 수도

본격적인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 내용은 무엇이고 양쪽의 입장이 왜 맞설 수밖에 없는지를 직접 들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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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장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54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7%에 이르며, 매년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60∼65% 수준이며, 4대 사회보험 적용률은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노사 대표, 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 동안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며, 노사 입장과 선진국의 보편화된 입법 사례, 우리나라의 현실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

노동위원회에 ‘차별 호소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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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적극 시정하는 데에 있다. 지금은 임금 등 근로 조건에 차별이 있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이를 호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간제(계약직·임시직 등), 단시간(파트타임), 파견근로자에 대해 임금 등 기타 근로 조건상의 불합리한 차별이 금지되며, 차별 처우를 받은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정부안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여 고용 안정에 기여하고자 한다. 지금은 근로계약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할 뿐 반복 갱신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이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다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근로 관계가 종료되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들이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3년을 초과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 관계를 종료할 수 없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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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은 불법 파견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면서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법 파견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자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한편, 현재 26개 업무로 제한되고 있는 파견 대상 업무는 앞으로 대폭 확대된다. 다만, 건설현장, 의료, 운수 등 10개 금지업무와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일시 사용만 가능)는 앞으로도 계속 제한된다. 참고로, 파견근로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대상 업무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한편,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가능한 한 억제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문화, 기간제 사용 제한(질병·부상 근로자 대체, 계절적 사업, 일시적 업무 증가 등에만 허용), 파견법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과도한 규제 조치를 할 경우 고용 감소, 용역·도급 등 아웃소싱을 초래하여 오히려 실업이 증가하거나 고용의 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도 이미 유사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해소하기 위해 정리해고 완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주장하면서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없으며, 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없다.

정규직과의 격차 줄여나간다

‘차별 해소와 남용 규제’를 통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정규직과의 근로 조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파견근로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이유도 합법적 파견의 폭을 넓혀야 파견근로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으며, 고용 창출을 통해 청년실업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의 국회 심의를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노사의 양보 없이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한발씩 양보하여 시급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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