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시너지효과 창출 위한 발전 구상도… 컴퓨터·전자·통신 분야 공과대학원·MBA 과정 1단계 개설
▣ 정진호/ 평양과학기술대학 프로젝트팀장·공학박사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대외 무역이 크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북한 경제는 이어진 1996, 97년 대기근 사태 이후 지금까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현재 북한을 가장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처방은 한국의 앞서가는 컴퓨터·전자·정보통신 분야를 접목시켜 우리의 발전 속도에 편승시키는 방안이다. 지식산업 분야는 후발 국가일지라도 적절한 기술적 접목을 통해 단기간 안에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동통신과 디지털 텔레비전 등 일부 분야는 국내에서 보호 육성할 필요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강화·육성할 필요가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 또는 지식문화 산업과 같은 분야들을 선택적으로 접목시키면 오히려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초과학 강한 북한 장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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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북한의 음성인식, 문자인식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초과학 기술은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많으며, 민생용 정보통신망 응용 기술을 지원한다면 앞으로 남북한 통일 통신망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들의 체질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즉,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함께 실시하면서 그들이 국제 사회를 이해하고 경쟁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1단계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기초체력을 더 단단히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기술 분야가 함께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 붕괴된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농업식품, 기계금속, 건축토목 분야 등이 뒤를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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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통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다. 한국에는 비교적 첨단 과학 분야의 연구 및 산업 환경이 갖춰져 있으나, 사회 발전에 따른 고급 과학기술 연구 인력의 감소가 예상된다. 또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 때문에 고가의 연구비용으로 어려움에 처해질 것이다. 북한에는 기초과학 교육이 비교적 잘 이루어졌고 낮은 임금의 고급 두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남북한 사회의 장점을 잘 접목시킬 때 기술 경쟁력 향상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남북한 과학 기술자 100명씩을 모아 교류·협력하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분야 등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은 산업화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부 분야 가운데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농업 및 식품공학 분야를 먼저 시작하려고 한다. 지식산업복합단지를 통해 한국의 여러 벤처기업이 입주해 평양과기대에서 키워낸 이 분야의 고급 두뇌들을 활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다가 상호 신뢰가 쌓이고 북한 사회의 국제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점차 협력 분야를 고도화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한국 정부가 얼마나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지원하느냐도 평양과기대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열쇠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곧 다른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식산업 산학협력단지로 벤처육성
평양과기대의 성공은 북한 사회 전체의 점진적인, 그러나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여러 어려움에 시달리는 북한과 같은 경제 체제에서는 작은 분야의 변화조차도 큰 효과를 내고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옌볜과기대가 사회주의 중국 사회에서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폐쇄적 사회 속에 개방적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면서 나타난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다른 대학의 졸업생들과는 전혀 다른 개방적이고 국제 감각을 지닌 기술 인재들을 배양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기술 인재들의 확산은 곧 사회적 활력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며, 비로소 북한이 오랜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세계화와 국제화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북한의 모든 경제 체제에 고루 영향을 미쳐 북한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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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는 북한이 국제 사회에 진출하는 데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남북한이 함께 동아시아 시대를 이끌어가며, 궁극적으로 민족의 번영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외국 기업이나 대학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국제성·실용성·창의성을 지닌 실무형, 복합형 교육을 지향한다. 평양과기대의 초기 단계에서는 컴퓨터·전자·통신 분야의 공과대학원과 MBA 과정의 경영대학원을 먼저 열게 되며, 더불어 기초교육부에서 국제화에 필요한 언어·전산 교육을 하게 된다. 이어 2, 3단계를 통해 학부 과정도 만들어 농업식품공학, 재료 및 기계공학, 건축 및 디자인공학부가 추가로 개설된다. 궁극적으로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2천명 규모의 국제대학으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또 공학과 경영학의 복합적 전문지식 그리고 국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키워낼 것이다.

대학 부지 내에 기업들도 입주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지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과는 차별화된 지식산업 클러스터 형태가 될 것이다. 컴퓨터·전자·통신업체나 농업식품 관련 업체와 재료 또는 기계 분야에서 북한 사회에 꼭 필요하면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각종 기업들이 유치될 것이다. 장차 대학과 함께 발전하는 벤처산업단지의 구실도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평양과기대에서 배출한 졸업생들이 많이 일하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 단지의 기업 입주권 역시 우리쪽에 맡겼다. 벌써 남쪽 학계와 여러 연구소, 산업체에서 흥미를 갖고 문의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교수진 구성에 심혈
교수진 구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교수들을 뽑을 작정이다. 대학원 과정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각 전공 분야의 박사 학위 보유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실무 교육 분야는 박사 학위가 없어도 해당 분야의 실무 경력이 충분히 인정되는 사람이라면 교수가 될 수 있다. 민족의식이 뚜렷하고 남북 평화와 화합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주요 보직 교수에는 국제적인 경력과 인정을 받는 분들이 선발될 것이다. 현재 인사위원회가 짜여 있고 다음해 초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정식 모집 공고가 나가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발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남북한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은,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동아시아 연합을 통한 태평양 시대의 교량 국가로 나서는 것뿐이다. 21세기의 로마제국과도 같은 중국과 세계를 향해 마음껏 뻗어갈 수 있는 젊은이들을 이 한반도에서 키워내어 저들로 하여금 통일된 조국을 함께 가꾸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가슴 벅찬 새로운 역사적 임무를 평양과기대가 기꺼이 떠맡고자 한다.
필자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포항공대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원활한 건설과 운영을 위해 2003년 10월 12명의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평양과기대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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