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관련 ‘할 말 하는 외교’ 펼치는 노 대통령… 2기 부시 행정부 정책에 ‘약효’ 기대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특유의 ‘할 말은 하는 외교’로 거듭 강수를 두고 있어 배경이 관심을 끈다.
노 대통령은 11월6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미국과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북한 체제가 결국 무너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 불안해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 한국과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일부 나라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손발이 안 맞게 돼 있다”며 “그러면 북핵 문제가 안 풀리기 때문에 어떻게 손발을 맞추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동의할 수 있는 한계를 긋겠다
그는 이어 “한국 국민의 평화와 안전,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위해 혹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한 체제 붕괴를 겨냥한 대북 압박론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와 마찰을 빚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11월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문제협의회 연설 이래 비슷한 기조로 발언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래 한동안 보일 듯 말 듯 가리워져왔던 ‘할 말은 하는 외교 노선’을 그가 다시 선보이는 셈이다.
이 흐름에는 일차적으로 2기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한국이 동의할 수 있는 ‘최저선’을 명확하게 해둔다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즉,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득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그들이 새로운 대북 전략을 확정하기 전에 ‘동맹국으로서 동의할 수 있는 한계’를 미리 못박아둔다는 이야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 대선 이후 내년 초까지 4~5개월 동안은 미국 조야에서 이런저런 대북 정책 노선이 거론되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일종의 틈새 공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실제로 11월의 미국 대선을 전후해 4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대비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테면 부시가 재선되어 대북 강경책으로 갈 경우와 온건책으로 갈 경우,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 강경·온건책으로 갈 경우를 놓고 우리 쪽의 대응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대선 직후인 11월9~12일 미국을 방문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이런 로드맵에 따라 백악관쪽에 노 대통령의 LA 발언 계획을 미리 귀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등으로 대미 발언권 높아져”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2003년 1~3월 당선자 시절과 취임 초기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노 대통령은 당시 미국 네오콘 사이에서 대북 선제공격론 등이 거론되자 “북한 공격방안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도 반대한다”(2월19일 대한상의 초청간담회) “미국은 너무 멀리 나가지 말라”(3월4일 인터뷰)고 공언했다.
노 대통령은 그 뒤 이런 공개적 행보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막는 데 ‘약효’를 발휘한 것으로 자부해왔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그때 쌓은 자신감을 토대로, 나름대로 먹히는 외교 전략을 다시 구사하는 의미도 담긴 셈이다.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때문에 우리의 대미 발언권이 한층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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