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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이지스 시대’

등록 2004-11-18 00:00 수정 2020-05-03 04:23

미국·일본·스페인에 이어 세계서 네번째로 보유… “전력 급상승 기대”

▣ 김성걸 기자/ 한겨레 정치부 skkim@hani.co.kr

국방부가 이지스(Aegis) 구축함인 7천t급 한국형 구축함(KDX-Ⅲ) 1번함 건조계약을 현대중공업과 지난 11월11일 체결하면서 한국 해군도 ‘이지스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원장환 국방부 획득정책관(육군 소장)은 “척당 1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을 모두 3척 건조할 계획”이라며 “이들 구축함이 각각 2008년, 2010년, 2012년에 전력화되며, 도입을 마치게 되면 한국 해군 전력은 급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작전배치 시작

이로써 한국 해군은 세계에서 네 번째 이지스 함정 보유국이 된다. 지금까지 이지스 함정을 보유한 국가는 전통적인 해양국가인 미국(67척), 일본(4척)과 과거 무적함대의 영화를 꿈꾸는 스페인(1척)뿐이다.

이지스 함정의 등장은 전쟁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1967년 이스라엘 구축함 일래스(Elath)는 이집트 유도탄정에서 발사한 소련제 대함 미사일을 맞고 그대로 격침됐다. 2차 대전까지 전투함정에 대한 공격은 공중 폭탄 투하, 어뢰 공격, 함포 공격이 주종을 이뤘지만, 미사일 기술의 발전으로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대함 미사일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악한 미 해군은 1969년에 수상함 방어전략인 이지스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현대의 대함 미사일은 항공기, 수상함, 잠수함, 육상에서 발사할 수 있으며 수백km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면 항공모함, 구축함 등 수상함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에서 함포 시대가 지나가고 미사일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지스함의 가장 큰 특징은 위상배열 레이더이다. 이지스함의 함교 상단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4.4X3.9m 크기의 육각형 모양 레이더 4기가 부착돼 있다. 각 레이더 안테나에는 4350개의 방사소자가 배열돼 레이더 빔을 발사한다. 일반인이 흔히 알고 있는 접시형 레이더는 기계적으로 회전하면서 빔을 발사하기 때문에 목표물을 수초가 지나서야 다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위상배열 레이더는 컴퓨터로 빔 조향 방향과 조향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의심 표적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다수의 목표물을 탐지 식별할 수 있다. 한국형 이지스함에 탑재될 미 록히드마틴의 AN/SPY-1D(V)는 공중 472km, 해상 178km 이내에 있는 900개의 목표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사격을 위해 100개 이상의 목표물을 추적한다. 이런 특성으로 걸프전쟁 당시 미 이지스함은 함대의 전술통제를 하면서, 시간당 평균 200대, 6주 동안 6만5천대 이상의 항공기를 통제 조정하는 대공전 통제관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지스함은 공격 수단으로 스탠더드 미사일(SM-2 블록Ⅳ)을 갖고 있다. 이지스함을 향해 다가오는 항공기는 물론 미사일도 요격하는 정밀성을 자랑하고 있다. 사거리는 해상에서 240km, 공중에서 3만3천m여서 동해에 이지스함이 떠 있을 경우 한반도의 북쪽 지역을 대부분 커버할 수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요소로 SM-2 미사일을 발전시켜 SM-3 함대공 요격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지난해 11월 태평양 상공에서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미 이지스함 레이크 이리에서 발사된 SM-3 미사일은 하와이 미군기지에서 발사된 시속 1만2870km의 목표 미사일을 137km 고도에서 직접 맞혀 떨어뜨렸다. 그러나 SM-3 미사일은 1기에 20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이다.

또 이지스함에는 국내 개발에 성공한 대당 21억원의 하푼 함대함 유도탄도 실리게 된다. 사거리 150km의 이 미사일은 자체 센서로 목표물을 탐지해 공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수상 전투함은 430여척이지만 대형 함정이라야 1천t 이상으로는 1500t 나진급 경구축함 1척 정도여서 기상이 나쁘면 제대로 작전을 할 수 없다”며 “40여척의 유도탄정은 사거리 46km의 대함 스틱스 미사일 2~4기 장착하고 있지만 이지스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천후 주야 작전으로 전투사령부 역할

이지스함은 14m 파도에서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전천후 주야 작전이 가능하다. 대잠작전용으로 자체 소나 이외에 2대의 중형 헬기를 싣고 있다. 그리고 함정 앞부분에 자리잡은 전투정보센터에는 인근 항공기와 수상함에서 보내주는 정보가 나타나는 대형 스크린이 있어서 전구 전투사령부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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