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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국민연금’ 국회 속으로…

등록 2004-11-18 00:00 수정 2020-05-03 04:23

보험료 인상 찬반 놓고 복지부-여당 격돌 준비… 한나라당의 ‘이원화방안’도 논란 분분



보건복지부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하고, 여당은 2008년에 다시 논의하자고 한다. 뜨거운 감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논쟁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4대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로 바람 잘 날 없는 여의도 국회에 또 하나의 고성능 시한폭탄이 대폭발을 예고하며 뇌관을 향해 서서히 타들어가고 있다. 바로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다.

지난 16대 국회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보험료는 더 내고, 보험금은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끝내 처리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17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대다수 국민이 직접 이해당사자인 국민연금 개정 논란의 가공할 폭발력을 우려해 자동 폐기하는 방식으로 정치·사회적 대논쟁을 피해간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자동 폐기된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내면서 여의도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2047년 재정 파산설’ 과 국민 정서

여야 정치권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미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올 연말 정기국회에서 벌어질 논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반대운동본부’가 결성돼 ‘국민연금 폐지 궐기대회’를 열 정도로 불신이 강한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까 전전긍긍하며 해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국정의 동반 책임자인 보건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이 서로 다른 법안을 국회에 낸 채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거듭할 정도로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김근태 장관이 이끄는 보건복지부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보험료에 비해 너무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가 지속될 경우 2047년이면 연금재정은 파산한다”며 ‘더 내고 덜 받는’ 정부안 관철을 요구하고 있다. 2003년 말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모두 112조2696억원이다. 지난 한해 동안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총수입 가운데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남는 수익만도 19조6858억원에 이른다. 당장은 곳간에 천문학적인 돈이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30년 뒤를 보면 암울하다고 역설한다.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지난 2003년 3월 국민연금 재정을 장기 추산한 결과 ‘소득의 9%를 평균 40년 동안 보험료로 낸 뒤, 소득의 6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는’ 현행 제도를 지속할 경우 2036년부터 첫 적자가 발생해, 2047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파국을 막을 최선책은 ‘보험료는 2010년부터 5년마다 1.38%씩 올리기 시작해 2030년에는 15.9%까지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은 2008년부터 50%로 지금보다 10%포인트 낮게 받는’ 정부안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정부안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게 확실하다’며 지난 10월17일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별도의 개정안을 ‘잠재적 당론’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비공개 의원총회, 보건복지위원 간담회 등을 거치고 이석현·장향숙·김춘진·문병호·이기우·강기정 의원 등 당 소속 보건복지위원 대다수의 서명을 받은 ‘유시민 개정안’은 정부안 가운데 연금 수령액을 2008년까지 소득의 50%로 낮추는 내용은 그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보험요율 인상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2008년 이후로 미루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국민연금 국가지급 보장 명문화 △어떤 상황에서도 연금 급여는 압류할 수 없도록 규정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의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민간전문가로 하고,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경제·금융·복지전문가가 과반수가 되도록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민감한 법안은 당정 협의를 통해 사전에 조율하는 게 여권의 오랜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나 여당 모두 자신의 방안이 옳다고 버티면서 절충안 마련에 실패했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과 국민 정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너무 확연해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여당 “덜받을 순 있지만 인상은 반대"

보건복지부는 연금 분야 전문가, 경제학자 등이 모여 인구증가율, 연금투자 운용 수익률 등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 1년 이상 면밀하고 과학적인 계산을 한 결과 현 제도는 파산할 게 자명하다는 결론에 이른 만큼 서둘러 재정 안정화 대책을 세우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은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관리공단 관료들이 경제난과 국민 정서, 여야관계 등 현실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비관적 연금재정 추계만을 근거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정을 안정시키는 가장 손쉬운 해법에 목을 걸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당론을 총괄하는 이목희 의원(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출생률, 투자수익률 등 변수가 너무 많은 현 상황에서 30년 뒤 국민연금 재정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통령 직속 고령화기획단이 구상 중인 고령화 종합대책, 인구증가율 등 다양한 변수를 면밀히 살피면서 2008년에 연금 재정을 다시 예측해 최종 결단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중산층이 붕괴됐고 극심한 경제난으로 국민연금 지역 가입자 가운데 보험료 연체율이 45%에 이르는 상황에서 ‘보험료는 더 내고, 보험금은 덜 받아가라’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냐”면서 “재정 안정화만 내세운 정부가 2010년부터 올릴 보험요율 인상을 급하게 법안에 담아 국민 저항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의원도 “정부의 국민연금 관련 통계가 실제 의미가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면서 정부 추계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맞서면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정부안이 김 장관 취임 이전에 확정된 만큼 김 장관은 선택이 좀더 자유롭다. 또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 장관이 국민 저항을 우려한 열린우리당의 문제의식에 공감할 경우 여권의 합의안 도출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장관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책임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현실적 이유와 보건복지부 전문가들의 논리에서 근본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부안 관철로 ‘정면승부’를 벌이기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부의 논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핵심 측근 인사는 “김 장관도 취임 직후부터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한 국민연금에 대한 각종 의문을 토대로 보건복지부 전문가들을 상대로 질의를 벌이고 나름의 개선책도 검토했으나, 정부안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 여론을 신경쓰는 여당의 주장에도 귀기울일 측면이 있고, 법안을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닌 만큼 국회와의 토론에서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면서도 “장관이 정부안을 흔들 경우 시민단체나 한나라당 등의 요구가 겹치면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누더기가 될 것인 만큼 정면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안은 곧 ‘김근태 안’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재정은 어떻게?

김 장관쪽은 다만 연기금 운용 주체, 연금급여 정부 보장 등에 대해서는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유시민 의원 안에서 제기한 국민연금 국가지급 보장 명문화, 연금급여 제도 개선안 등은 절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요율 인상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쪽의 확고한 자세를 볼 때 최악의 경우 김근태 장관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다른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에서 전면적인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이 열린우리당을 설득해 정부안을 관철시키면 정치적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경우 공무원들의 논리에 휘둘려 여권 전체를 궁지로 몰았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위기를 맞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폭발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몸조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9월27일까지 당론을 확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국민연금테스크포스팀(팀장 윤건영 의원)을 중심으로 공청회와 내부 토론을 거쳐 최근 연금 개정안의 골격을 잡고 법 조문화에 착수하는 등 국회에서 한판 논쟁에 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안이나 여당의 유시민 안 모두 국민연금제도의 파산을 막을 수 없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며 ‘기초연금제’와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기초연금’은 국내에 10년 이상 거주한 65살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20%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윤건영 의원은 “정부 안이나 유시민 안 모두 국민연금 미가입자, 저소득층, 지역연금 가입자의 40%에 이르는 보험료 장기 체납자 등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기초연금제는 모든 국민에게 불충분하지만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반쪽 연금’인 현 제도를 실질적인 전국민 노후 보장대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또 소득이 확실한 사람들만을 상대로 한 ‘소득비례연금’은 보험요율을 현행 9%에서 7%로 2%포인트 낮추는 대신, 소득의 60%를 보장하던 보험금 수령액도 20%로 낮추도록 했다. 윤 의원은 “보험료를 내는 만큼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소득 22만원인 국민들에게까지 강제로 보험료를 징수하는 데 따른 반발, 보험료를 많이 내고 보험금은 적게 받는 고소득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현 제도를 소득비례연금으로 대체할 경우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에 과다하게 강제 지출하는 것을 줄여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율적인 저축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망한다.

쉽지 않은 30년 예측 논쟁

그러나 한나라당의 ‘국민연금 이원화 방안’ 역시 최종 당론 채택 및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의 노후 보장을 위해 도입한다는 ‘기초연금제’에 필요한 연간 19조원의 재원조달 방안이 난제다. 한나라당은 현행 10%인 부가가치세를 2%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여권은 조세 형평성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기업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를 대폭 삭감하자고 주장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소비하는 상품 가격에 직접 전가되는 부가가치세를 2%씩 인상해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경제 활성화나 조세 형평성에서 모두 모순”이라며 “국민을 현혹하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기초연금은 장기 검토과제지만 엄청난 재원 마련의 부담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현재 10%인 부가가치세를 2% 정도 인상할 경우 소비활동 위축 등 일시적 충격은 있겠지만, 정부가 이 세금을 거둬 구매력이 전혀 없는 노령인구에게 이전하는 것인 만큼 노령인구의 소비촉진으로 그 충격은 곧 상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득비례연금제’ 역시 국민연금 민영화, 기초연금과 개인연금의 이원화를 통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사기업의 경쟁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해온 자유기업원 등 극단적인 시장주의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장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사실상 소득이 많은 사람들의 돈을 더 거둬 약자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약육강식의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현 제도보다 더 후퇴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등 여권이 추진해온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은 정치·사회·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견줘 국민의 일상생활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였다. 때문에 국민 다수는 ‘정치적 논평’을 거듭하는 관전자 신분이었고, 사회적 파장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03년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1718만1천명(사업장 가입자 721만7천명+지역가입자 996만4천명)에 이른다. 사실상 모든 국민이 직접 이해당사자다. 더욱이 국민연금 파산에 따른 노후 불안, 장기 체납자에 대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보험료 강제징수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여야 모두 올 연말 국회에서 정치적 명운을 걸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30년 뒤인 먼 미래의 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인 만큼 당장 승자가 판가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 진단도 제각각


국민의 관심사인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는 정부나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민감한 주제다. 전문가들도 국민연금법 개정에 관한 한 서로 다른 해법을 주창하며 경쟁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연명 교수(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2047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국가처럼 보험료와 조세를 통해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기금 고갈 시점의 경제적 충격을 한국 경제가 견뎌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9% 보험료, 60% 급여를 유지할 경우 2050년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연금 지출 비중은 7%대”라면서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가 1990년대 후반에 7~10%대의 연금 지출을 했던 만큼 그냥 두어도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은 적어도 43년치 적립금을 쌓아놓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정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사회의 총 경제적 부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에 더 신경을 쓰는 게 기금고갈론에 대처하는 정확한 처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국민연금 자체의 문제, 소득 파악과 징수·체납 등 조세 행정의 문제점 등이 뒤엉켜나온 것”이라며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맡고 있는 보험료 부과과 징수 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주은선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도 지난 11월4일 국회보건복지위원의 ‘국민연금 개정 공청회’에서 “70년 뒤 노인들의 노후 소득보장 재원은 지금 쌓아둔 현금이 아니라, 그 당시 생산된 가치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기금 적립금을 높이는 게 재정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 연구원은 특히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된) 연금자산의 가치는 이를 시장에 판매해 실현하는 것이므로, 연기금 과잉 적립은 오히려 연금자산의 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미래의 생산성 향상과 고용 확대를 위해 정년제 폐지, 조기 퇴직에 대한 페널티 강화, 주식매매 차익에 연금세 부과”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 “현재 연금급여액(보험금)은 약 35만원에 불과해 적절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정부안에서 제시된 급여수준 하락은 노후생활의 안정적 보장이라는 제도의 기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문형표 박사는 “현재처럼 9%의 보험료를 내고 60%를 받아가면, 후세들은 30~40%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일단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정부의 재정 안정화 대책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박사는 조세를 재원으로 한 전국민연금제인 ‘기초연금제’에 대해서는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정점은 있지만 당장 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는 만큼 재정 안정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처리하자”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보건복지부 안에 가까운 셈이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도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행한 국내 초유의 장기 재정 계산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그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없기 때문에 그것을 믿어야 한다”면서 “소득대체율(보험금) 인하와 보험요율 인상이라는 두개의 바퀴에 의존하지 않는 유시민 의원 안은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서 정부안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여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김용하 교수(순천향대 경제금융학부)는 “현재 신용불량자들 가운데 16만명이 국민연금을 환급받으면 신용불량자에서 해소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강제보험제도라 돌려줄 수 없고,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9%의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것도 부담이라 국민적 불만이 크다”며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근로세대들이 세금을 나눠 부담해 65살이 넘은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더 넉넉한 노후 보장을 원하는 사람은 소득에 따라 능력껏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나라당 법안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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