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콘돔 공익광고 공중파 방송 시작…‘흉물’ 인식 때문에 직접 모습 보이지는 못해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드디어 콘돔이 방송에 데뷔했다.
한국 최초로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공익광고가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질병관리본부는 과 공동으로 콘돔 공익광고를 10월1일부터 문화방송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콘돔 광고는 한달 남짓 동안 60회 방송될 예정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들 ‘킬’ 당한 사연

김훈수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홍보부장은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콘돔 공익광고가 방송되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콘돔 공익광고는 공중파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 지하철·버스의 이동식 텔레비전에서도 방송된다. 콘돔 사용권장 광고와 함께 공익 포스터도 만들어져 배포 중이다.
첫 번째 공익광고는 석달의 산고 끝에 탄생했다. 에이즈퇴치연맹쪽은 제작 과정에서 ‘애로점’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단 방송사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훈수 에이즈퇴치연맹 홍보부장은 “다른 방송사는 콘돔 광고가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명했다”며 “겨우 문화방송쪽이 캠페인에 동의해 전파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광고 제작과정은 첩첩산중이었다. 광고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데만 두달이 걸렸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졌지만 ‘킬’ 당하기 일쑤였다. 예컨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콘돔과 사람이 승부차기 시합을 벌이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콘돔이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콘돔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지만 콘돔이 직접 등장한다는 이유로 제작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콘돔의 실물은 물론 캐릭터화된 콘돔도 ‘흉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콘돔을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간접 화법을 이용하는 광고안이 채택됐다. 현재 방송을 타고 있는 첩보원 편이다.
광고 첫 장면에서 남녀 첩보원이 ‘접선’을 한다.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다. 여성 첩보원이 묻고 남성 첩보원이 답한다. “생년월일은?” “1981년 6월5일.” “현재 규모는?” “전세계 감염인 4천만명.” (…) “한국은?” “매일 1.7명씩 발생.” “그렇다면 대책은?” 이 순간 남성 첩보원이 대답 대신 휴대용 콘돔 상자를 꺼내 여성 첩보원의 노트북에 올려놓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더 이상 에이즈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에이즈 예방은 콘돔으로’라는 자막이 뜬다.
콘돔을 친구 같은 이미지로 표현해야

콘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콘돔을 지나치게 비밀스럽게 그렸다는 지적이 높다. 광고를 본 김아무개(33)씨는 “공중파에서 콘돔 권장 공익광고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광고를 보고 나면 위험한 에이즈, 음습한 콘돔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콘돔을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친구 같은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콘돔 없는 콘돔 광고’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콘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벽에 가로막혀 콘돔 사용권장 광고에서 정작 콘돔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제작을 함께 한 김훈수 부장도 “아직 콘돔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국민조차 적지 않다”며 “콘돔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홍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광고에 대한 사후 심의도 남아 있다. 콘돔은 상업광고 금지품목이다. 의약품으로 분류돼 광고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콘돔 광고는 ‘공익’ 광고여서 전파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익 광고일지라도 사후 심의를 받아야 한다.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내년에도 콘돔 광고가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두 번째 광고에서는 콘돔이 심의의 벽을 넘어, 어두운 상자를 박차고 나와 광명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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