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maroon">북-일 정상회담에도 관계 정상화 확신 없는 고이즈미… 미국 눈치와 납치 · 북핵 장애물 여전히 그대로 </font>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북-일 정상회담이 5월22일 열려 90분 만에 끝났다.
얼핏 보면 이번 회담의 성과는 자못 커 보인다. 양국 정상은 지난 2002년 9월 평양선언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국교 정상화 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합의에 따라 최대 현안인 피랍 일본인의 북한 잔류가족 8명 가운데 귀국을 희망한 5명이 이날 바로 귀국했다. 속도감이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라면 양국 수교도 머지않아 이뤄질 것 같고, 이에 따른 동북아시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대북지원 약속에 일본 내 비판 거세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순탄한 겉모양과는 달리 그 이면의 암초는 널려 있다. 특히 미국의 부시 정권이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용인할지가 미지수다. 고이즈미 총리의 소신도 끝까지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보수 여론과 부시 정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고이즈미 총리쪽은 정상회담 이후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경제제재 유보와 식량지원 카드를 너무 일찍 포기했다”( 5월22일치)는 비판론에서, “동북아 긴장완화에 기여했다”( 5월22일치)는 긍정론이 팽팽하다. 앞으로의 여론 추이가 그의 행보를 결정지을 것이다.
과거 북-일 관계가 그랬듯이 북한의 대담한 양보는 언제나 일본 내에서 역풍을 불러왔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적극적인 해결을 약속했으나, 일본의 보수층은 ‘납치 사실 시인’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고,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악마화와 목조르기에 편승했다. ‘일본인납치가족회’는 고이즈미 총리가 귀국하자마자 그의 방북 성과를 깎아내리고, 5명의 귀국만으로 납치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망했다고 밝힌 피랍 의혹자 10명에 대한 재조사가 여전히 불씨인 셈이다.
대북지원 약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고이즈미 총리는 용천역 참사 등으로 곤경에 처한 북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5만t의 식량 및 1천만달러어치의 의약품을 2개월 안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이를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 귀국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험악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 나온 발언이다. 따라서 대북 수교 협상의 관건인 추가 대북 경제지원을 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처지다.
북-일 관계는 북핵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북과 관련해 지난 5월19일, “핵 문제 해결도 북-일 정상화 조건에 포함된다는 점을 (일본쪽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납치 문제 외 북핵 문제도 해결돼야 북-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양국이 합의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북길에 오르면서 북핵 문제의 진전을 도출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목표다. 6자협의를 활용해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동결 입장을 재확인한 게 성과다.
북한은 일단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은 “두 나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개선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데 중요를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인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으로 관계 정상화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나, 미국이 양국관계의 순항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그간 처신에 대한 강한 불신도 한몫했다. 북한은 “일본이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대결이 격화된 가운데,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편승해 대결 노선을 무분별하게 추구해 인민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 겨냥한 ‘미봉외교’
고이즈미 총리 자신의 견해도 북-일 관계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5월22일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국교 정상화 교섭타결의 시기는 확언할 수 없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힘들다”며 “낙관을 할 수 없는 것이 북-일 정상화 교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의 재방북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드러난 자신의 연금 미납에 대한 따가운 국내 여론을 희석하고,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를 겨냥한 ‘미봉 외교’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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