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목숨을 건 밀입국 행로
파트라= 글 · 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밀수업자들이 밀입국자들을 아프간에서 파키스탄 또는 이란으로 안전하게 안내하는 데 부과하는 ‘요금’은 보통 한 사람당 200달러 정도다. 많은 아프간 가족들은 이런 엄청난 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중 한명은 돈이 완전히 지급될 때까지 인질로 밀수업자들에게 붙잡혀 있게 된다. 그리고 많은 밀수업자들은 도중에 난민들을 다른 밀수업자들에게 팔아넘기기도 한다. 유럽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난민들이 정하는 첫 번째 목적지는 이스탄불과 터키다. 이들 두 나라를 오고 가는 밀수업자들은 아프간인, 이란인, 쿠르드인, 터키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각자의 몫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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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내내 걸어서 국경을 넘다
밀수업자들은 또 난민들을 유럽까지 데려다주는 데 적어도 500달러를 받는다. 난민 밀입국자가 추방당하면 돈을 되돌려주기도 한다. 매번 최소한 2명의 쿠르드인 또는 터키인 밀수업자들이 보통 30~40명의 밀입국자들을 안내한다. 이들은 종종 낮에는 자고 밤새도록 걷기 때문에 테헤란에서 이스탄불까지 가는 데 20일에서 한달 정도 걸린다. 밀입국자들은 굶주림과 목마름, 따가운 햇볕,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만약 국경경비대에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추방뿐만 아니라 온갖 고초를 감수해야 한다. 어떤 밀입국자들은 다음 목적지까지 여행할 돈을 벌기 위해 일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돈을 기다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밀입국자들은 마치 감옥과 같은 밀수업자들의 집에서 숨어 지내다 다른 지역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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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관문이라 일컬어지는 그리스로 들어오는 경로는 다양하다. 먼저 육로인데 5명 이하로 한 조를 만들어서 국경을 통과하게 된다. 보통 산악지역을 통해 강을 건너고 숲을 통과한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밤새도록 걷게 된다.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에 이르는 데 보통 15일 이상 걸리게 된다. 그러나 이 경로를 통해서 밀입국하는 사람들은 겨우 10%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해상로를 안내하는 밀수업자들을 신뢰한다. 밀입국자들이 2천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대신에 밀수업자들은 이들의 밀입국을 보장한다. 만약 밀입국자들이 추방될 경우 재차, 삼차 시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방법을 ‘보증수표’라고 부른다. 때로는 밀수업자들이 이들 밀입국자를 이탈리아로 바로 데려다주면서 2500달러 이상을 받기도 한다. 밀수업자들은 보통 작고 낡은 구식 배를 이용하는데, 그 이유는 경찰과 맞닥뜨릴 경우 배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으로 고비용을 청구한다. 이 방법은 매우 위험천만해서 10% 정도의 밀입국자들이 택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작은 고무보트 같은 배를 이용하여 터키에서 가까운 그리스의 섬으로 넘어온다. 이 방법은 서너명이 모여 돈이 없거나 아예 돈을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시도하는데, 함께 작은 고무보트와 구명조끼 등의 장비를 구입한다. 여기에 드는 돈은 100달러 정도다. 이들은 터키 연안에서 가까운 그리스의 섬에 도달한다. 그리스 경찰은 이런 밀입국자들을 발견하면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아프간 난민들은 이런 그리스 경찰의 태도에 큰 불만이 없다. 터키 경찰과는 달리 훨씬 신사적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에서 질식사하기도
불법 이민자들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제비를 뽑아 순번을 정해놓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인간 밀수조직이 미리 예약해둔 컨테이너 속에 숨어 페리호로 파트라항을 통해 이탈리아에 닿는다. 이때 300~800달러의 값이 매겨진다. 컨테이너나 트럭의 종류에 따라 그 값이 다르다.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컨테이너에 수십명이 들어가 20시간 이상 꼼짝도 못하고 지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완전히 밀봉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역이 아니다.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컨테이너 속에서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하기도 한다. 파트라항에 몰래 들어가서 트럭에 접근한 뒤 운전수가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사라진 틈을 타서 컨테이너에 들어가 숨는 방법도 있다. 돈이 한푼도 들지 않지만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1월에는 컨테이너를 조사하던 그리스 경찰들에 의해 19명의 이라크 출신 쿠르드인들이 발견돼 영국인 트럭 운전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 트럭 운전사의 변호인은 이라크 출신의 쿠르드인들이 몰래 컨테이너로 숨어들어갔다면서 운전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현재 300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트럭에 숨어서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으나 매주 10명 정도밖에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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