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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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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인터내셔널하다”

등록 2004-10-14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 SM의 음악 책임자 이수만씨 인터뷰…“SM 출신 연예인 데려가 성공한 회사 못 봤다”</font>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이수만(52)씨는 문제적 인물이다. 가수 출신으로 대중음악계를 좌우하는 큰손으로 성장한 반면, 회삿돈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다. 이씨에 대한 평가도 ‘한류의 개척자’, ‘음악산업 황폐화의 주범’으로 엇갈린다.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한국 대중음악계의 실력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SM의 대표는 아니지만 SM의 핵심인 음악을 책임지고 있다. 이씨의 책상에는 항상 신인가수의 사진과 프로필이 쌓여 있다. 어떤 가수가 어떤 음악으로 언제 데뷔할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도 여전히 그의 몫이다.

한국은 흑인음악을 가장 잘 소화한다

<font color="6633cc">-대중음악 기획자로는 드물게 마케팅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한류’를 생각하게 됐나?</font> =90년대 중반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내한 공연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우리 가수가 외국에 가서 인기를 얻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은 시장이 크지만, 정서가 너무 다르고 인종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한·중·일을 합치면 15억이 넘는 시장 규모다. 미래는 역시 중국시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동북아 시장만 합쳐도 15억 인구가 있다. 아시아에서 1등이 세계에서 1등이 될 날이 올 것이다.

<font color="6633cc">-연예 비즈니스 감각이 남다르다.</font>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할 때 MTV가 시작됐다. 단순히 매니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산업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 변호사가 함께하는 에이전시의 기능도 알게 됐다. 귀국 후 한국에서도 그런 에이전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미국의 에이전시는 아시아 시장을 잘 모른다. 몇몇 브로커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방 들고 다니면서 공연을 유치하는 수준이다. 미국에 아시아의 연예인을 공급하고, 아시아에 할리우드의 연예인을 들여오는 역할을 하는 할리우드 아시아 에이전시를 꾸리는 것이 목표다.

<font color="6633cc">-한국 대중음악이 경쟁력을 가지는 요소는?</font>

=일본은 록 위주로 대중음악이 재편돼 있다. 반면 한국은 흑인음악을 아시아에서 가장 잘 소화한다. 흑인음악을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서 케이팝(K-Pop)을 만들었다. 일본이 미국의 록을 일본 방식으로 소화해서 제이팝(J-Pop)을 만든 것처럼. 일본 사람들은 한국 대중음악을 ‘굉장히 인터내셔널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음악을 잘 소화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 종류가 일본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었다.

<font color="6633cc">-음반시장의 침체가 해외진출을 자극한다는 평가가 있다. </font>

=맞다. 그래서 더욱 아시아 진출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시장이 망가지면 외국에서도 경쟁력을 얻기가 힘들다. 동방신기 같은 그룹은 사실 3~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데뷔를 준비하던 아이들 중 각 그룹의 리더만 모은 드림팀이다. 시장이 침체돼서 따로 앨범을 낼 수가 없었다.

일본과 돈으로 경쟁해선 안돼

<font color="6633cc">-H.O.T, S.E.S, 신화같이 SM이 배출한 스타들이 대부분 재계약을 하지 않고 SM을 떠났다.
</font>

=SM엔터테인먼트는 이익을 내야 하는 주식회사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람은 쓸모없다. 이익이 100으로 예상되는데 200을 달라고 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른 기획사에서는 200을 주겠다는 곳이 있다. 그런 기획사는 유명 연예인을 영입해서 기획사의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SM은 그럴 필요가 없다. SM 출신들을 데리고 가서 성공했다는 회사를 아직 보지 못했다.

<font color="6633cc">-보아도 ‘국민가수’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font> =일본 활동 때문에 충분히 대중과 접촉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는 가수라면, 새로운 국민가수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일본과 한국은 시장 규모가 비교가 안 된다. 돈으로 경쟁하려고 하면 이길 수가 없다. 합쳐서 같이 잘해야 한다. 다만 한국이 콘텐츠의 핵심인 프로듀싱 권한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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