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도나 야로니테(73·여)씨는 순전히 삽질로 연못을 만드는 일이 취미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늪지대에 위치한 뜰에서 쉴 새 없이 삽질을 한다. 인근 요양소 식당 일을 하다 정년 퇴직한 그는 10여년 전 자신의 집 안 작은 텃밭만 가꾸는 일이 답답했다. 그래서 버려져 있는 국유지 늪지대에 조금씩 연못을 파고 주위를 조경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국유지를 마음대로 사용한 죄로 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두려웠단다.
주위 사람들은 뜻밖에도 조경을 한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리투아니아 파비르제시 당국에서는 공산체제가 무너진 뒤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할머니에게 아예 텃밭 인근 늪지대 2600평을 선사했다. 그는 약 2m 깊이로 한삽 두삽 흙을 파내 못을 만들고 안에 연꽃을 심었다. 주변에는 습지에 잘 자라는 화초를 심었다. 그는 지금까지 정원에 크고 작은 연못을 다섯개나 조성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은퇴한 노인들이 겪는 각종 질병으로 고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못 공원은 마을 주민들과 인근 요양소 환자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수많은 화초들로 가득 찬 연못 정원은 이제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고, 신혼부부의 결혼식 사진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야로니테씨는 연못에 핀 연꽃을 방문객들이 찾아와서 지켜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여긴 원래 볼품없는 늪지대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노년에 나를 찾아와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연못이 없다면 누가 늙은 나를 찾아오겠는가. 앞으로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새 못을 파고 더 아름답게 가꿀 것이다.” 놀랍게도 연못에는 많은 붕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새끼 물고기나 알이 야생 오리에 붙어와 이곳에 보금자리를 튼 것으로 생각했다. 붕어는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야로티테씨에게 하늘이 준 식량인 듯했다.
그는 지금껏 혼자 살아왔다. 왜냐고 물으니 “(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평생 가꿔온 연못 정원을 이웃집 대학생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포클레인으로 한나절이면 팔 수 있는 연못을 삽으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년 걸려 파왔다. 그는 “기계로 속히 연못을 팔 수도 있지만, 우선 혼자 삽질을 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고 건강에도 좋으며, 더욱이 그런 기계를 빌릴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빌뉴스=글 · 사진 최대석/ 자유기고가 ds@choj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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