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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영] 사진사, 청와대를 나간 뒤…

등록 2003-10-02 00:00 수정 2020-05-02 04:23

노무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 출신 서호영(30)씨가 10월10일 “고급 인상 사진 전문”을 표방한 ‘존(尊) 스튜디오’를 연다. 그는 지난 6월 노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이 인터넷신문 에 유출된 책임을 지고 만 22개월 동안의 ‘근접 촬영’ 생활을 마감했다.

서씨는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는지 “그때 일을 접어두자”고 했다. 대신 그가 정치인을 렌즈에 담겠다고 생각했던 계기,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게 된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경성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작가’를 꿈꾸던 그가 정치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사이공식 처형’이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작가 애디 애덤스(70)의 세미나에 참석한 뒤부터다. 1999년 말 한국을 찾은 애덤스는 “한국의 포토저널리즘 수준은 높은데 유독 정치 사진만은 기대 이하”라고 말했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서씨는 이에 자극받아 ‘정치를 찍겠다’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0년 4·13 총선 즈음에 처음 찾아간 곳이 김민석 전 의원실이었다. 자원봉사로 일을 시작해 졸업 뒤 인턴사원으로 채용됐지만, 서씨의 욕심을 채워줄 만큼 일이 많지는 않았다. 2001년 8월 대통령 출마 준비를 서두르던 ‘노무현 캠프’의 문을 두드렸다.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노 대통령이 ‘상대방을 무조건 도와주려고만 하면 금방 지친다. 서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해서 앞으로 더 잘되기 위해 투자하는 거라고 답변했다.”

만 22개월 동안 필름으로 1천롤, 700M 디스켓으로 40여개를 찍었다. 인화사진으로는 10만장 정도의 분량이다. 2002년 초 민주당 경선과 대통령 선거, 그 감동의 드라마가 서씨의 렌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선 때 지지자들 피켓에 사용된 ‘노무현의 눈물’과 ‘땀 흘리는 노무현’ 등이 그의 작품이다.

“사진은 사실의 기록이 생명”이라며 ‘다큐멘터리 기법’에 주력하겠다는 서씨는 요새 대목을 맞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용 사진을 찍어두려는 예비 후보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서씨의 ‘투자’는 성공한 것일까.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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