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협정 50돌(7월27일)을 맞아 서울과 워싱턴에선 성대한 기념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 뒷골목 슬럼가에 버려진 한국전쟁의 아픔을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인종화합운동을 하며 노숙자돕기 활동을 하고 있는 평화나눔공동체(대표 최상진 목사)는 전혀 다른 한국전 참전용사 두명을 찾았다. 제니퍼 윌리엄(71·오른쪽)과 로저 레드문(74). 그들은 일단 흔히 보듯 백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거리의 공원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하는 극빈민들이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윌리엄은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산다. “전쟁 후유증으로 내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가족들의 외면 속에 정부가 제공하는 극빈자 숙소에서 혼자 사는 신세다.
레드문은 1950년에서 53년 7월까지 내내 한국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전쟁의 스트레스는 그를 황폐하게 했고, 당뇨병으로 70%나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정부가 제공하는 임시쉘터에서 혼자 생활한다. “전쟁은 끔찍했지만, 나를 도와준 한국사람들은 참 친절했다”고 기억하는 그는 “전쟁 이후 이곳에서 한국사람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고 활짝 웃는다.
미국의 전국노숙자협의회(NCH)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노숙자 남성의 40%가 한국전과 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각종 정신적·육체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나, 정상적인 이들만 치료 혜택을 받고 있다. 거리급식을 하다 윌리엄과 레드문을 처음 만났던 평화나눔공동체의 최상진(41) 목사는 “참전자들 중 극빈자들을 더 찾아내 이들만을 위한 휴식처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참전 노숙자들의 인권을 호소할 계획이다. 후원문의 1-202-316-9466, appasc@aol.com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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