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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의 꿈 버린 유상부 회장

등록 2003-03-20 00:00 수정 2020-05-02 04:23

포스코 주주총회 하루 앞두고 임원후보 전격 사퇴…새 경영진 선임에 외부 간섭 막아

포스코 유상부 회장이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월13일 임원 후보를 전격 사퇴함에 따라 포스코 경영진이 5년 만에 바뀌게 됐다. 포스코는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어 이구택 대표이사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부사장 가운데 선임격인 강창오 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유 회장의 퇴장은 황경로·박득표·이대공씨 등 이른바 TJ(박태준) 4인방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뜻한다.

사퇴 원인 두고 의견 분분

박태준 포스코 설립자에 의해 발탁돼 지난 1998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유 회장은 5년간 재임하면서 포스코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포스코의 경영을 ‘수익중시, 주주중시’로 전환시켰고, 업무혁신(PI) 등을 통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경영권 안정을 위해 SK그룹과 지분제휴를 했다가 7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사외이사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임명하는 등 지배구조에 문제점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유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해, 주주총회에서 그가 이사로 선임될지가 큰 관심을 끌어왔다.

연임 의지를 보이던 유 회장이 주총 하루 전에 전격 사임을 선언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포스코 일부에서는 정부쪽 압박이 계속돼 손을 들었다는 점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건으로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회장으로 재선임되더라도 여전히 최고경영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 유 회장의 사퇴 결심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주총을 앞두고 포스코의 주가는 급락세를 이어왔고, 유 회장이 사임하기로 하자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유 회장의 연임 시도에 대해 직원들 내부의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우리사주조합이 주총을 앞두고 사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장을 돌렸으나 직원들이 적극 호응하지 않자, 일부 간부들이 위임을 독려해 반발이 일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유 회장의 퇴임과 함께 이뤄진 새 경영진 선임에 정부나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무엇보다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일부에서는 이를 유 회장의 공으로 돌리기도 한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이 며칠 전부터 사임할 뜻을 굳혔으나, 임원 선임에 대해 외부의 입김이 작용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주총 하루 전에야 사임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이구택 회장은 누구인가

신임 이구택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공채 1기로 입사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유상부 회장 다음의 최고경영자감으로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은 격식을 그다지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유 회장이 시작한 업무혁신을 이어가는 데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새 경영진에게 맡겨진 중요한 과제는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모범적인 것으로 다시 가다듬는 일이다. 포스코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은 회장 직책은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많은 계열사를 총괄지휘하려면 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지원실을 폐지하고 임원 및 계열사 임원, 대외협력업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말이 많던 사외이사 선임제도는 올해 안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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