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한 지 9일 된 훈련병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달리기·팔굽혀펴기 등을 해야했는데, 함께 있던 훈련병들이 사망한 훈련병의 건강 이상을 보고했지만 지휘관들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육군 등에 따르면 2024년 5월23일 오후 5시쯤 강원도 인제 한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 6명이 군기훈련을 받던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으로, 부대 질서 확립을 위해 지시할 수는 있지만 규정과 절차를 지켜서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훈련 전 건강 체크를 하도록 돼 있고, 완전군장(전투복, 장비 등을 넣은 배낭과 방독면을 메고 방탄모 등을 착용한 채 손으로 소총을 든 차림·20∼25㎏ 무게) 상태에서는 1회당 1㎞ 이내 걷기만 시킬 수 있으며, 뛰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등의 규정이 있다.
하지만 사망한 훈련병은 24㎏에 달하는 무게의 완전군장을 한 채 선착순 달리기,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반복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훈련병들이 군기훈련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제보에 따르면) 좀 떠들었다는 거”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인은 패혈성 쇼크다. 병원 도착했을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 고열에 시달리면 통상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는데, 회복이 안되고 패혈증으로 넘어가서 신장투석한 가운데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군기교육은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아니라 규정에 따라 규율을 지키라는 일종의 각성효과를 주는 것인데 각성효과를 넘어선 사실상 고문에 이르면 범죄”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경찰청은 육군수사단에서 사건을 이첩받아, 사망한 훈련병이 병원에 후송되기 전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등 부대 간부 2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군 당국이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경찰은 사건 관계자와 수사 대상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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