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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민주당 편’ TV 볼 바에는 팔아치우겠다?

방통위가 꾸린 심사위, YTN 대주주로 유진그룹 변경 ‘적절’ 의견 내면서 민영화 코앞… YTN노조, 매각 취소 소송, 시민주주운동 등으로 대응
등록 2023-12-02 04:52 수정 2023-12-04 06:28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오른쪽)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2023년 11월2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날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이 승인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보류됐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오른쪽)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2023년 11월29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날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이 승인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보류됐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023년 11월29일 전체회의에서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 승인을 보류했습니다. 10월 유진그룹이 한전케이디엔(KDN)·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에 대해 최우선협상자로 뽑힌 뒤, 방통위는 관련 심사를 진행해왔습니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는 변경 승인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지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 내부에서는 승인 반대 의견도 존재했습니다. 결국 방통위는 유진그룹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뒤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직원들 반년치 월급으로 회생 종잣돈 마련했는데

유진그룹은 제과 사업에서 시작해 건설, 금융, 유통 분야로 커진 대기업 집단입니다. 사업 확장은 대부분 인수·합병(M&A)으로 이뤄졌습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김광준 전 검사에게 수사 무마 대가로 5억4천만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 공여 사실이 드러나 201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일로 유진그룹은 나눔로또 위탁 사업자에서 탈락합니다. 복권 사업을 못할 정도의 도덕적 흠결이 있는 기업이 보도전문채널 경영권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YTN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경영난으로 창사 4년 만에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직원들은 6개월치 월급을 반납했고, 그 임금채권이 회생의 종잣돈이 됐습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우리은행 등 공기업 자금이 투입돼 비로소 경영은 정상화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YTN은 이른바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벌였습니다. 대규모 징계와 파업, 전두환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라는 기자 해직 사태를 겪었습니다. 기나긴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해직 기자들이 복직하기까지 무려 3249일이 걸렸습니다. 투쟁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해고자 복직과 공정방송 사수 투쟁 과정에서 사장추천위원회·공정방송추진위원회·보도국장임면동의제 등 어느 언론사보다 강력한 공정방송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YTN이 준공영방송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공기업 중심의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YTN 구성원이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공정방송제도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공기업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YTN의 공적 지배구조를 해체해 자본에 넘기려 합니다. 정리하면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민영화를 빙자한 언론 장악 시도입니다.

첫째, 정권이 말하는 민영화 목적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YTN은 신뢰도 1위의 영향력과 서울타워 등 알짜 자산을 보유한 우량기업입니다. 대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권은 한전KDN마저 민영화하려 하니,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을 위해 YTN을 매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 됐습니다.

민영화 아닌 사영화

민영화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YTN은 민주당 편이다.” “대선 때 보도가 불편했다.” 국민의힘 박성중·이철규 의원 등이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YTN 민영화는 비판 언론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복수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2024년 4월 총선 전에 YTN을 ‘우리 편’으로 만들려는 게 목적입니다.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막고, 정권의 아첨꾼들로 출연자를 채우면 총선에서 유리하리라는 계산이 작용한 거로 보입니다. YTN의 공공성을 해체해 집권 세력의 사익에 봉사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둘째, 민영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의심받을 만한 의혹이 많습니다. 2022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대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압박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고 ‘일괄 매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공적 자원인 보도전문채널을 민영화하는데 그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YTN 구성원의 의견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시간표에 쫓기기 때문입니다. 2024년 4월 총선 전에 반드시 끝내야 할 언론 장악, YTN 무력화 시나리오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민영화라 부르지만, YTN 구성원은 사영화(私營化)로 규정합니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공익성을 자본의 이윤 추구, 즉 사익성으로 대체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영화의 다른 이름은 ‘언론 장악의 외주화’입니다. 자본은 이윤 추구를 위해 필연적으로 친권력적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언론 장악 업무를 자본에 하청 주려 합니다. 감시와 비판 기능을 거세당한 친권력적 24시간 뉴스 채널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앞세운 언론 장악 시나리오의 완결이 될 것이고, 시민에게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또한 사영화는 지난 30년간 YTN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주(社主)가 등장하고, 사내 질서는 그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보도에 오너(Owner)라는 성역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YTN 구성원이 사영화에 맞서 싸우는 이유는 우리 일터를 사주의 공간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언론사에서 최대주주라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소유와 경영, 보도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사 조직에서 최대주주가 수직적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다면 보도의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YTN 구성원은 ‘사주’라는 표현 자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주주운동 동참 1200명 넘어

YTN 구성원은 불법 매각 취소 소송 등 법적인 싸움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영화에 맞서 싸울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과 우리사주조합의 주주 권한입니다. YTN 시민주주운동 ‘와주라’(와이티엔 주주가 되어주라)도 시작했습니다. 동참한 시민이 1200명을 넘어섰습니다(2023년 11월27일 기준). 지분 1.5%를 확보하면 임시주총 소집, 회계 검사 등 소액주주 권한을 본격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YTN을 집어삼키려 합니다. 우리는 맞서 싸우고 반드시 길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

*YTN 시민주주운동 ‘와주라’ 카카오톡 친구 ID ‘waazoor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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