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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이런 개발은 끝이야 교훈 줬다

지역개발 효과 노리고 국제행사 유치해온 관행… 인구감소 저성장 시대에 지속 가능하지 않아
등록 2023-08-18 09:23 수정 2023-08-18 14:27
8일 오후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 대부분 대원들이 떠난 뒤 천막만이 남아 있다.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를 이용했단 비판도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8일 오후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 대부분 대원들이 떠난 뒤 천막만이 남아 있다.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를 이용했단 비판도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거의 보름 동안 뜨거운 뉴스였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났다. 행사 전 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문제를 두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걸 보아 당분간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계속 이슈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유치했던 과거 선례를 볼 때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은 이례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는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단계에서부터 타당성 조사를 하며 행사가 유치되면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소관 부처는 행사 전 과정을 총괄 지원한다. 국제행사는 국가 위상과 관련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행사를 유치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체계가 마련되고, 그동안 이런 운영시스템은 큰 문제 없이 잘 작동했다. 부실했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대한 비판과 책임 추궁이 더 거세고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개발의 촉매제, 국제행사 유치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파행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그중 하나는 전라북도가 새만금 잼버리를 명분 삼아 대회의 내실 있는 준비보다 새만금 개발사업에 더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새만금에 이미 매립이 완료돼 안정화된 부지가 있었음에도 새로 매립해야 하는 곳을 행사 장소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다. 논란이 계속되나 각종 자료를 볼 때 적어도 전라북도는 새만금 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 개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던 것 같다.

국제행사 유치를 지역개발과 연계하는 전략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며, 경험적으로 볼 때 꽤 효과적이었다. 일단 국제행사가 유치되면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적 위신이 있기 때문에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행사 준비에 차질이 발생하면 책임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예산과 관련 법령을 되도록 신속하게 마련한다. 지역에 도로든 철도든 아무리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안 되던 것이 국제행사를 계기로 수월하게 추진된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빠르게 건설된 것이 대표적 사례고, 그 외 많은 지자체가 국제행사 유치를 기회로 크고 작은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지자체가 지역개발을 위해 국제행사 유치 등을 명분으로 중앙정부에서 필요한 자원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을까.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책임 소재 문제를 떠나 생각해볼 점이다. 만일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그래서 지금과 같은 비판과 논란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의 지역개발이 옳은 선택이고, 앞으로 지속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역개발의 촉매제, 국제행사 유치

우리나라의 성장전략과 지역개발 전략은, 첫째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둘째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구가 계속 늘어날 거라 봤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인프라가 지역에 초과 공급돼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므로 세수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고, 그래서 지역 차원에서 자원의 낭비적 요소가 있어 도 국가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나 국제행사 준비를 위한 지역개발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과 지방 정치인들에게는 업적을, 중앙부처와 지자체에는 성과를, 지역 토건업체에는 수익을, 지역민들에게는 지역 간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완화와 만족감을 안겨줬다. 그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개발전략이었던 셈이다.

지자체는 지역 내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낙후지역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런 공적 투자를 지렛대 삼아 민간 투자와 수요를 유도하려는 강한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런 방식은 과거 국가의 개발전략이 그대로 지역에 이식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앞에서 말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이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생률과 함께 인구증가세는 멈췄고, 지역에서는 인구감소로 소멸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경제성장 역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장기 전망에 따르면 2027년까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 정도로 전망하며, 2050년에는 0.5% 수준으로 하리라 예상한다. 국제행사 등을 이유로 지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역개발 방식은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야마구치현 잼버리와 비교되는 이유

지역에서 국제행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국제행사를 빌미로 인프라 건설에 매달리는 지역개발 방식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시대가 됐고, 인프라의 과다 투자로 국제행사 이후 막대한 부채와 함께 그 유지관리비 부담이 지역에 고스란히 남아 어려운 지역 살림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인프라는 마련돼야 하고 지역의 개발도 있어야 하겠지만,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최적 수준을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대회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비교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제행사 준비를 위해 기존 지역 인프라를 최대한 재활용해 신규 투입되는 자원을 절약하고, 행사 이후 인프라 유지·활용 방안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자체가 지역개발을 위해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국비 지원으로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프라를 조성하는 관행은 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지역 간 무의미한 인프라 경쟁을 초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전 사회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윤영근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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