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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정지선, 한번 지켜봅시다”

등록 2002-06-12 00:00 수정 2020-05-02 04:22

몇해 전 방송 프로그램 중 횡단보도 앞 차량정지선을 지키는 운전자에게 냉장고를 상품으로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물론 ‘양심냉장고’를 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키는 사람이 적었던 까닭이다.

녹색교통운동 이정우(38) 시민사업팀장은 “지금도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녹색교통운동은 지난 5월24일 서울 시내 12곳의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들이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조사했다. 1846대 중 정지선을 지킨 차량은 768대로 41.6%에 그쳤다. 이 팀장은 “98년 이후 조사를 계속해왔는데, 개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녹색교통운동이 지난해 일본의 월드컵 개최 5개 도시를 대상으로 정지선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준수율이 우리나라의 2배쯤 되는 78%였다.

정지선을 지키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37%로 선진국의 10%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또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의 비율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6%를 차지한다. 보행자의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고, 횡단보도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도 엄밀하게 따지면 교통법규 위반이지만 법규만 강제하면 반발이 생길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모니터 작업은 앞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 2000년에야 녹색교통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전에는 회사원이었다. 그는 “아이가 생기면서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종로 일대의 횡단보도를 지나다 보면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는 그를 볼 수 있다. 지난 4월 시작한 이 캠페인은 9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호응이 좋아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렇게 정지선을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차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 아닌가요?”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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