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26일 오전 7시 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숨지거나 다친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로, 아울렛 개점 전에 새벽부터 일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화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조사 중이지만, 소방당국은 지하 1층 주차장의 물류 하역장 쪽에 주차된 1t 화물차 주변에서 처음 불길이 보이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앞으로 소방당국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화재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1월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나서 이를 진화하던 소방관 3명이 숨졌고, 2020년 4월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8년 1월에도 이천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40명이 숨졌습니다.
우리는 왜 2008년, 2020년, 2022년 비슷한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요.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2020년 5월 <한겨레21> 제1312호에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한 글을 쓴 박상은 재난연구자(플랫폼C 활동가)는 “섣부른 원인 추정과 사고 직후에만 집중되는 언론의 관심”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한 오보가 반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636.html)
2008년 당시 근로감독관으로 화재 사고를 조사했던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2008년 화재 현장에 용접작업은 없었고 불충분한 환기로 인해 톨루엔 농도는 국지적으로 폭발 하한에 근접했다’)이 아니었다면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원인이 잘못 알려져 있다는 말에 이천소방서에서 발간한 백서 외에, 2009년 2월 일본어로 발표된 ‘40명이 사망한 냉동창고 화재의 조사분석’, 2010년 4월 <안전보건 연구동향>에 실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조사 보고서’ 등을 찾아 읽었다. 어떤 자료에도 용접 불꽃이 원인이라고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들 자료는 공통으로 ‘점화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일 작업일지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용접작업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고, 공사시 사용된 가연성·인화성 물질의 증기가 건물 내부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라고 봤다. 이른바 ‘폭발 하한치’ 상태였기 때문에 공구가 떨어지며 생기는 스파크나 형광등 램프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용접 불꽃’이 핵심 원인일 경우,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해당 노동자 혹은 작업반장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폭발 하한치’가 핵심 원인일 경우, 강제 환기를 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시공사에 책임이 있다. 이처럼 핵심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핵심 책임자도, 이후 대책도 달라진다.
화재 원인에 대한 섣부른 추측성 보도 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법·제도가 이미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규제 미준수’도 이같은 참사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이 제도에 따라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은 세 차례나 화재 주의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건설사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규제 미준수’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현행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도록 감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으나,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형 화재가 일어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소방관들도 위험에 처합니다. 2021년과 2022년엔 연이은 소방관 순직 사고가 있었습니다. 2022년 1월6일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소방관 3명이 숨졌고 2021년 6월에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소방관 1명이 숨졌습니다.
이번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방관들은 현장 진입과 수색에 어려움을 겼었다고 합니다.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와 대전 인근 세종·충남·충북·전북 4개 시·도 9개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습니다. 9월26일 오후 1시 10분께 큰 불길을 잡고, 화재 발생 7시간20분 만인 이날 오후 3시2분께 진화를 완료했습니다. 이어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와 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벌인 뒤 인명 수색에 나섰습니다. 소방관들은 지하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에서 다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소방관 2명을 인터뷰했던 2022년 1월 글(제1398호)을 읽어보시면, 이같은 소방관들의 화재 현장에서의 어려움, 노동환경 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523.html)
“‘화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쓰레기소각장에 불이 나서 갔는데 화점을 찾아 들어가다가 후배한테 ‘따라오냐’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안 보이는 거예요. 후배도 구조물에 부딪힌 사이에 제가 사라졌대요. 오른쪽으로 꺾었는지 왼쪽으로 꺾었는지 몇 번 꺾었는지 생각하면서 앞으로 가거든요. 패닉이 오면 돌아나오는 길을 잊어버려요. 방향을 돌렸는데 벽, 또 벽, 이러다가 못 나오기도 하거든요.” ‘화점’이란 말이 낯설고도 두렵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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