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대관령나들목(IC)에서 나와 10분 정도만 차를 타고 가면 알펜시아리조트가 나옵니다. 강원도가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0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수하리 일대 483만㎡의 터에 직접 지은 종합 리조트입니다. 이런 이유로 리조트 안에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로도 유명한 스키점프대와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등 겨울올림픽 경기장도 함께 있습니다.
알펜시아(Alpensia)는 독일어로 ‘알프스’를 뜻하는 ‘알펜’(Alpen)과 ‘아시아’(Asia)를 조합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알펜시아는 ‘아시아의 알프스’보다 ‘돈 먹는 하마’의 대명사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사업비 1조6325억원이 투자됐지만 건설 과정에서 잦은 설계 변경과 공사기간 연장 등이 있었고, 분양까지 저조해 한때 부채가 1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강원도의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원금 2456억원과 이자 3638억원을 합해 모두 6094억원을 혈세로 갚고도 7733억원의 부채가 남아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됐습니다.
그동안 알펜시아는 강원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강원도는 지난 10년 동안 수차례 비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2020년 1월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까지 참석해 해외 국제금융그룹인 맥킨리 컨소시엄과 알펜시아 매각을 위한 자산·회계실사 협약까지 공개적으로 진행했지만 보증금을 내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 10월부터 공개경쟁 매각으로 방향을 바꾸는 등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네 번의 공개경쟁 입찰과 두 번의 수의계약이 모두 유찰되면서 1조원에서 시작한 매각 대금은 결국 7천억원대까지 낮아졌습니다.
다행히 2021년 8월20일 알펜시아가 민간에 팔렸습니다. 2011년 행정안전부까지 나서서 ‘알펜시아를 매각하라’며 강원도개발공사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지 10년 만입니다. 케이에이치(KH)강원개발이 7115억원에 사겠다고 알펜시아를 운영 중인 강원도개발공사(강원도가 전액 출자한 지방공기업)와 매매계약을 한 것입니다. KH강원개발은 조명산업 전문기업인 KH필룩스와 KH일렉트론 등이 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입니다.
계약 체결과 함께 KH강원개발은 계약금액의 10%인 700억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월까지 6415억원에 이르는 잔금을 완납해야 매각이 끝납니다. 아직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릴 단계는 아닌 셈입니다.
고용유지 등 아직 갈 길 멀어특히 잔금을 완납해 소유권이 이전되더라도 알펜시아 노동자의 고용유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KH강원개발은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알펜시아 임직원에 대해 기존과 동일한 수준 이상의 노동조건으로 5년 이상 고용유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온전한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요구합니다. 김주훈 알펜시아노조위원장은 “5년 고용유지가 아니라 정년보장과 권고사직이나 구조조정 없는 고용승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청, 경기 보조인력 등 알펜시아가 직접고용하지 않은 분야의 노동자는 고용유지 여부도 불확실합니다.
앞으로 알펜시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엔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요?
춘천=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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