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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휘둘려 아쉽다”

‘건설 재개 vs 건설 중단’ 사안별 입장 인터뷰…

시민참여단 여론 박빙 속 치열한 설득전
등록 2017-10-11 16:11 수정 2020-05-02 19:28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왼쪽)과  이헌석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대응팀장 연합뉴스/한겨레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왼쪽)과 이헌석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대응팀장 연합뉴스/한겨레

양보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와 학자들이 중심이 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쪽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건설 중단’ 쪽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은 9월25일 건설 재개 쪽의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원산) 상근부회장과 건설 중단 쪽의 이헌석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시민행동) 대응팀장을 각각 전화로 인터뷰했다. 원산과 시민행동은 각 진영을 대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소통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각 진영에 상대 쪽 주장에 대한 입장, 공론화위에 대한 평가, 신고리 운명을 손에 쥔 시민참여단을 설득할 전략 등을 물었다.

자료집 목차·토론자 선정 등에서 충돌 10월14일부터 2박3일 동안 진행될 합숙 토론에 앞서 시민참여단에 제공될 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양쪽 신경전이 치열했다. 공론화위가 먼저 자료를 제출한 건설 재개 쪽 목차에 맞춰 건설 중단 쪽에 내용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하자 중단 쪽에선 이를 거부하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큰 틀의 목차 합의만 이뤄진 상태에서 자료집이 만들어졌다.

강재열(건설 재개 쪽) 자료집 주제가 통일돼야 시민참여단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공론화위에 강력히 요청한 것이다. 양쪽 쟁점 사안이 다르면 헷갈리고 혼란스러워서 찬반 토론을 하기 힘들다.

이헌석(건설 중단 쪽) 주제는 결국 프레임이다.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은 서로 논리 구조와 표현이 다르다. 재개 쪽에선 신고리 원전이 지역 주민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싶은 반면, 우리는 에너지 전환이 불러올 새로운 기회를 말하고 있다. 공론화위가 이걸 하나로 통일하려다 사달이 났다.

토론회에 들어갈 선수를 정하는 문제로도 기 싸움을 벌였다. 중단 쪽은 재개 쪽 토론자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정출연) 소속 전문가를 빼라고 요구했다. 이것에 재개 쪽이 비판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강재열 한수원은 당사자인데 빠지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정출연에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분이 많다.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전문가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 게다가 이들 전문가가 방송토론과 시민참여단 교육 동영상 녹화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빠지라고 해서 곤란했다.

이헌석 한수원은 신고리 원전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정출연은 우리 사회에서 공신력과 위상이 있다. 재개 쪽 요구로 정부가 중립을 지키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수원과 정출연이 재개 쪽 선수로 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한수원이야말로 중립에 서서 양쪽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계 교수 수백 명이 건설 재개 서명운동을 했다. 한수원과 정출연 아니라도 다른 전문가가 많다.

상대 진영이나 공론화위가 특정 기준을 넘어선 불공정 행위를 한다면 공론화위 자체를 파행시키겠다는 ‘레드라인’이 있나.

강재열 우리는 공론화판을 깰 힘도 능력도 없다. 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공론화에 매진할 것이다.

이헌석 레드라인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공정한 공론화로 제대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공론화위 원칙·매뉴얼 필요”
9월16일 오후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신고리 5·6 호기 공론화 오리엔테이션에 시민참여단 500명 중 478명이 참여했다. 한겨레

9월16일 오후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신고리 5·6 호기 공론화 오리엔테이션에 시민참여단 500명 중 478명이 참여했다. 한겨레

공론화위가 불공정하다고 보는가. 아쉬운 점은.

강재열 불만 없다. 다만 양쪽이 알아서 합의하라는 태도만 바꿨으면 좋겠다. 건설 재개 쪽과 중단 쪽은 의견이 하늘과 땅 차이라 합의가 안 된다. 공론화위가 어느 쪽 말이 맞고 틀린지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공론화위가 좀더 권한을 가지고 일하도록 절차나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건설 중단 쪽 얘기만 듣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문가 참여를 막는 공문을 보낸 것은 좀 서운했다.

이헌석 불공정하기보단 부실했다고 본다. 갈등 상황이나 양쪽 논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엄정한 원칙이 없다보니 양 진영의 요구에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예를 들어 중립을 취할 ‘정부’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거냐는 기준이 없었다. 빨리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위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좀더 면밀하게 준비하고 공론화를 시작했어야 했다. 추석 연휴를 빼면 마지막 합숙토론회가 열흘도 안 남았는데 아직 프로그램이 안 나왔다. 마지막 설문조사 문구도 안 정해졌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있나.

강재열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움직이는 걸 잘못됐다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공론화는 신고리 5·6호기에 한정된 문제인데, 이 시점에 정부가 나서 에너지 전환 홍보를 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헌석 물론이다. 애초에 공론화위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다. 공약은 ‘건설 백지화’였지 ‘공론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중립을 지키더라도 여당은 공약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야당은 적극적으로 건설 재개 쪽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데 여당은 가만히 있다. 심지어 여당에서 건설 중단과 재개 외에 제3안, 제4안을 설문조사에 넣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노후 원전을 일찍 멈추는 대신 신고리 5·6호기를 짓자는 이야기다. 파괴력도 크고 위험한 이야기다. 민주당 분위기나 흐름에 굉장히 불만이 많다.

“반드시 이긴다” vs “승복 따질 일 아니다”시민참여단을 설득할 주요 전략은.

강재열 시민참여단이 가장 관심 있는 내용은 원전 안정성인 것 같다. 그래서 신고리 5·6호기가 얼마나 안전한지 자료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헌석 단순히 건설 반대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큰 틀에서 우리 삶의 모습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강재열 반드시 이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원자력계가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뭉쳐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절실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못하면 각 대학의 원자력공학과에 오려는 학생도 사라질 것이다.

이헌석 굉장히 박빙이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신고리 5·6호기 반대 흐름이 있다. 시민참여단을 충분히 설득하면 당연히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다.

공론화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수용할 것인가.

강재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왜 공론화를 하나.

이헌석 공론화위는 선거가 아니다. 승복 여부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탈핵운동을 계속해온 사람으로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이 탈핵과 에너지 전환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시민 숙의로 갈등 조정하는 모델 됐으면” 이번 공론화 과정의 긍정적 면을 꼽는다면.

강재열 공론화 모델을 만들고 시민 숙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발전된 모습이다. 앞으로도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에 공론화 과정을 반영했으면 좋겠다.

이헌석 시민참여단으로 500명을 선정했는데 9월16일 오리엔테이션에 478명이 왔다. 시민 참여와 관심이 굉장히 높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다른 주제의 공론화도 준비 중인데 이번 공론화가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한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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