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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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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스스로 목숨 끊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 PD의 유가족

회사 CJ E&M으로부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약속 받아내
등록 2017-06-20 16:08 수정 2020-05-03 04:28
지난 6월14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 PD 유가족과 CJ E&M 관계자들. 이한빛 PD 사망사건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6월14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 PD 유가족과 CJ E&M 관계자들. 이한빛 PD 사망사건대책위원회 제공

tvN 드라마 마지막 방송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신입 PD와 유가족에게 제작사 CJ E&M이 공식 사과했다. CJ E&M은 재발 방지를 위해 고인의 명예회복과 프로그램 제작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CJ E&M은 6월13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보낸 공문에서 “불합리한 제작과정과 부적절한 소통방식을 직시하고 고 이한빛 PD가 겪었을 고통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명예회복과 회사의 근무환경 및 소통방식 개선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외부업체 및 비정규직 제작인력 근무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책임자 징계부터 외주 노동환경 개선까지

회사와 유가족 및 대책위는 다음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성수 CJ E&M 대표이사와 이 PD의 어머니 김혜영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의 사과와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 PD가 세상을 떠난 지 8개월 만의 일이다(제1160호 이슈추적 ‘반짝반짝했던 PD의 죽음’ 참조).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과 관련된 책임자들을 6월 안에 징계하기로 약속했다. 생전 이 PD가 겪은 고통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제작환경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회사는 유가족에게 보낸 두 차례 서면응답을 통해 ‘이 PD의 근태 불량’을 지적하며 ‘제작환경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대책위의 자체 조사 결과, 장시간 중노동, 일상적 언어폭력, 외주업체와의 계약 일방 해지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 회사는 이 밖에 ‘올해 안 사내 추모 공간 설치’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기금 후원’ ‘회사 자체 추모식 개최’를 약속했다.

CJ E&M은 또 외주업체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생전 이한빛 PD가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미는’ 제작환경을 관리하면서 괴로움을 토로했던 문제의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회사는 ‘프리랜서 조연출 및 막내작가 급여 인상’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에 관한 포괄적 원칙 수립’ ‘제작인력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 등을 약속 사항에 넣었다. 이 밖에 ‘외주업체의 표준 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 ‘제작현장 고충처리 창구 마련’ ‘사내 제작시설 및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이한빛 PD는 2016년 1월18일 CJ E&M의 tvN 제작PD로 입사했다. 이후 4월18일 제작진에 조연출로 합류했다. 그는 마지막 방송 다음날인 그해 10월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은 2017년 4월18일 첫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4월19일부터 5월21일까지 33일간 대책위는 회사 앞 1인시위를 이어갔다. 5월22일 회사와 유가족의 대화가 다시 시작됐고, 이번 사과와 약속에 이르렀다.

연말연초 약속 이행 점검키로

회사와 유가족·대책위는 2017년 12월~2018년 1월께 약속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6월16일 과의 통화에서 “CJ E&M은 약속을 꼭 지켜달라. 한 명의 인간이자 한 명의 젊은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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