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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탈북단체 접수 욕심내다 충돌

알력다툼 중 ‘보수집회 알바’ 증거 공개… “돈줄 잘라버리기 위해 자료 모아”
등록 2016-04-26 15:00 수정 2020-05-03 04:28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4월21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보수집회 알바’ 보도가 왜곡됐다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4월21일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보수집회 알바’ 보도가 왜곡됐다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곪은 것이 터졌다. 극우성향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을 통해 ‘보수집회 탈북자 알바’가 동원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공연한 비밀이면서도, 좀체 확인되지 않던 ‘보수집회 알바’ 문제는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

이와 관련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과 탈북자단체 간의 알력다툼 과정에서 ‘은밀한 거래’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일이 사실로 확인된 데는 의외의 사건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1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엄명철 탈북인총연합회 공동대표 자택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이 사건에 ‘보수 알바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 모두 등장한다. 이 단독 입수한, 당시 폭행 사건을 다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날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과 윤아무개 당시 청년단장 등이 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갔다. 이내 말다툼이 시작됐다.

의외의 사건에서 드러난 거래

이들은 엄 대표가 자신들과 친분이 깊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를 폭행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용화 대표는 이번 ‘집회 알바비 차명계좌 사건’의 언론 제보자로 어버이연합이 지목한 인물 가운데 하나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김용화 대표가 (엄명철 공동대표에게) 폭행당했다”고 추 총장 일행에게 일러준 인물은 김미화 어버이연합 산하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다. 1년 6개월 전 폭력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이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등장한 셈이다.

판결문에 기록된 당시 폭력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추 총장이 먼저 “이 새끼야”라고 욕했고, 엄 대표가 이에 항의하자 추 총장이 행동대장 격이던 윤 단장에게 “이 새끼 죽여라”고 지시했다. 윤 단장이 먼저 엄 대표를 폭행했지만, 엄 대표가 맞주먹질을 하면서 상황은 쌍방폭행으로 번졌다. 엄 대표는 우측 슬개골이 부러지면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고, 윤 단장은 눈과 코에 멍이 들었다.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추 총장과 윤 단장은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다. 엄 대표에게는 벌금 160만원형이 처해졌다. 판결문에는 “추선희 등이 피해자(엄 대표)와 탈북자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피해자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대목도 나온다.

당시로서는 단순 쌍방폭행 사건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보수정권 아래서 세력을 넓혀오던 추 총장이 김용화 대표를 앞세워 엄 대표가 이끌던 탈북난민인권연합을 압박하려 했다는 게 탈북단체 쪽의 입장이다.

당시 사건을 지켜봤던 한 탈북단체의 인사는 과 만나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단체의 이권이 크다고 생각하고, 우리 단체를 장악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상황이었다. 우리 쪽에서도 ‘어버이연합을 가만두지 않겠다. 정부에서든 어디에서든, 어버이연합이 돈을 받아온 게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돈줄을 잘라버리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내부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여 상대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적개심이 오래전부터 쌓여왔던 셈이다.

“탈북단체 장악 위해 물불 안 가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2016년 1월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효녀연합 해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2016년 1월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효녀연합 해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쌍방폭행 사건 당시 어버이연합은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벧엘복지재단’ 통장을 통해 거액을 수수한 시기와도 겹친다. 몇 달 새 한 계좌에서 억대 자금이 어버이연합으로 들어오던 시기에 탈북단체 대표를 폭행한 것이다.

또 다른 보수단체 고위 관계자는 “보수단체 집회에 알음알이로 몇 명씩 동원되던 ‘집회 알바’를 어버이연합이 대규모로 동원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라고 말했다. 이 시기 들어 어버이연합이 자금을 배경으로 동원 인력을 확장하려 했고, 그 주된 과녁이 탈북단체였으며, 이 때문에 회원과 자금을 뺏긴다고 생각한 탈북단체들이 어버이연합을 곱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1년여 뒤, 이번에는 탈북자단체 내부 인사들끼리 갈등이 빚어졌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가 당시 같은 단체 총무로 있던 김미화와 내분을 빚었다. 이후 김미화는 추 총장이 있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갈아타서, 어버이연합 산하의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를 맡았다.

이때부터 김용화·김미화 대표는 각각 상대 약점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고, 이것이 이번에 추 총장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은 김미화 대표가 만들었다는 ‘횡령일지’와 김용화 대표가 작성한 ‘내용증명’을 단독 입수했다.

김용화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김미화가)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탈북난민인권연합)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미화가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나온 뒤, 보수단체 자유민학부모연합과 사단법인 비전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긴 때였다. 김용화 대표는 “6월12일자 서신에 대해서도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에 의한 답변이 아닌 서신으로 답해줄 것으로 요구한다”고 적었다. 갈등이 이미 누적돼 있다는 것이다.

비전코리아는 명목상 북한음식나누기 등 북한 지원단체로 알려졌지만, 활동이 거의 없어 어버이연합의 외곽 지원단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용화 대표가 내놓은 ‘은행 이체 결과 조회’ 문건에는 김미화 당시 총무가 탈북난민인권연합으로부터 수십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김미화 대표는 이에 맞서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 김용화 횡령일지’를 문서로 작성했다. 이 일지를 보면, 김용화 대표는 2012년 5월 이후 3년간 5억원가량의 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어버이연합 지원금액 북한 주민 구출비용 1억5천만원 상당, 개인후원금 1억여원, 어버이연합 지원금액 2억원(7년간) 등이다. 실제로 김용화 대표는 지난 1월, 2012년부터 2년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탈북민 지원보조금 1억3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김미화 대표는 “(김용화가) 북한 주민 구출 명목으로 받은 금액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아파트 구입에 사용”했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그는 “같은 탈북자를 음해하고,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제거하기 위해 온갖 음해를 꾀하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화·김미화 대표 사이에 어떤 갈등이 빚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횡령일지’에 드러난 김미화 대표의 주장에서 이들의 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다. 일지에서 김미화 대표는 “2012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김용화가 대표로 있는)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로 지내면서 열심히 일하고, 혼자서 운전하면서 물건 배달까지 해가며 열심히 일해주었고… 어느 단체 총무가 밥까지 해가며 일한 총무가 있나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김용화 대표의 횡령을 알게 되어 분개했다는 것이다.

친정부 활동에 은밀한 돈줄 확인

김미화 대표는 ‘횡령일지’에 ‘통장 사용 내역’을 첨부했는데, 여기에 ‘재향경우회’가 탈북난민인권연합에 돈을 보낸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된 뒤, 추가 취재 과정에서 어버이연합의 ‘보수단체 집회 알바 동원’과 보수단체의 ‘은밀한 돈줄’도 일부 확인됐다.

결국 탈북단체 내부의 갈등, 어버이연합과 탈북단체의 갈등 등을 거치며 유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어버이연합의 불법적인 외부 지원금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어버이연합 내부에서는 이들 외에 ‘또 다른 제보자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건이 터진 뒤, 또 다른 회계 담당자였던 이아무개씨의 이름이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보수집회 알바비 차명계좌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어버이연합 쪽은 김용화 대표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추 총장은 4월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용화가 지금 어떤 사람이냐.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 이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과  탈북단체  간  갈등


2014년 10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총장과 윤아무개 등이 엄명철 탈북인총연합회 대표와 쌍방폭행
-탈북단체 인사 “단순 폭행 아냐.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단체 이권 노린 것”
2014년 12월
-김미화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직 사직 뒤, 어버이연합 추선희 총장 쪽으로 합류
2015년 6월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 “(김미화 당시 총무가) 총무직 그만두면서 탈북난민인권연합 차량 보험환급 받은 내역 밝히라” 내용증명
-김미화 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 김용화 대표의 횡령일지 작성
-김미화 총무 “2012년 5월 이후, 김용화 대표가 3년간 5억원가량 횡령” 주장
2016년 1월
-탈북인총연합회-어버이연합 쌍방폭행에 각각 벌금 160만원, 징역 8월형 선고
2016년 4월
-김용화·김미화 문건 내용에서 추 총장의 ‘차명계좌’ 단서 드러나
-세월호 반대집회에 어버이연합의 ‘2만원 알바 동원’ 확인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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