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바다 44m 밑에 누워 있는 세월호 인양 방식이 확정돼 오는 9월께 현장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왼쪽으로 누운 상태 그대로 93개의 쇠줄을 연결해 약간(3m) 끌어올린 뒤 플로팅독에 올려 절단 없이 통째로 수면 위로 올리는 방식이다. 인양업체 선정(2개월)과 세부 인양 계획 수립(3개월)을 포함해 실제 인양까지는 1년~1년6개월이 걸린다.
4월22일 정부는 17개 부처 21명 위원이 참가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세월호 인양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박인용 중대본부장(국민안전처 장관)은 “여러 가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인양이 가능하다는 기술 검토 결과와 유족과 국민의 여망을 고려해 인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인양업체 선정 작업에 나섰다. 국내외 인양 전문 업체에서 기술제안서를 받고 세부 평가를 진행한다. 경험이 풍부한 업체 3곳을 미리 선정한 뒤 협상을 통해 1곳을 최종 낙점할 예정이다. 인양 비용이 1천억원으로 추정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차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네덜란드의 스미트(SMIT)·마못(Mammoet)·스비처(Svitzer)와 미국의 타이탄(Titan), 중국의 차이나샐비지(CRS), 그리고 국내 업체인 살코, 코리아샐비지 등이다. 이들 업체는 콩코르디아호 인양(스미트), 러시아 핵잠수함 인양(마못), 석정36호 인양(코리아샐비지) 등의 경력이 있다.
인양업체가 선정되면 9월부터 현장 작업에 돌입한다. 맹골수도 해상에 작업기지를 설치하고 선체에 남아 있는 기름을 제거한다. 세월호에 93개의 구멍(인양점)을 내고 쇠줄을 연결하는 수중 작업은 잠수사가 맡는다. 인양점 1개를 확보하는 데 4명의 잠수사가 투입돼 최소 3~4일 정도 걸린다. 해수부는 100명 가까운 잠수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조류가 세고 시야가 혼탁해 수중 작업에만 최소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수온이 내려가는 11월~내년 2월은 잠수가 어렵기 때문에 본격적인 인양 작업은 내년 봄에 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가 건조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인양할 때 낡은 선체 측면이 통째로 뜯겨나가거나 작업 과정에서 구멍마다 부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양 과정에서 부분적 실패가 빚어지거나 기상 상태가 나쁘면 인양 기간은 2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은 최대 2천억원까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인양 비용을 우선 국가가 지급하고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이 가입한 선주상호보험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양이 늦어지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진상 조사 활동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특조위의 활동 시한이 1년6개월로 제한돼 있어 핵심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임기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배 안에 복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고 당시) 구조가 가능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해보려면 수개월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항만국장은 “특조위 (진상) 조사 여부는 우리와 상관없다. 우리는 기술 검토만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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