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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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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이여, ‘정치’에서 자유로워지자

<금요일엔 돌아오렴> 깊이 읽기 <문화/과학> 정원옥 편집위원 ‘애도의 정치’
고통은 인간답게 긍정적으로 사는 에너지이자 사회적 실천의 동력
등록 2015-03-20 17:28 수정 2020-05-03 04:27

“문화이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의문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한편으로 유가족들의 싸움을 어떻게 설명할까가 중요한 고민의 지점이었다. 왜 이 부모님들은 실패를 반복하는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이 싸움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해석은 없을까. 이것을 다음 세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안을 수 없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유가족들, 그리고 그분들과 진상규명운동을 같이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운동이 잉태한 바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키워드가 ‘애도의 정치’이다.”

죽은 자를 위한, 살아 있는 나를 위한

문화이론 계간지 의 편집위원인 정원옥씨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의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이들을 인터뷰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3월6일 두 번째 깊이 읽기를 열었다. 그는 “4·16 세월호 참사가 의문사 사건과 해결 방식이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3월6일 금요일 〈금요일엔 돌아오렴〉 깊이 읽기 모임이 열렸다. 오른쪽에 서 있는 이가 정원옥 〈문화과학〉 편집위원. 〈금요일엔 돌아오렴〉 작가기록단 제공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3월6일 금요일 〈금요일엔 돌아오렴〉 깊이 읽기 모임이 열렸다. 오른쪽에 서 있는 이가 정원옥 〈문화과학〉 편집위원. 〈금요일엔 돌아오렴〉 작가기록단 제공

프로이트는 사람을 상실한 데 대한 반응을 애도(Mourning)와 우울증(Melancholia)으로 구분한다. 애도가 점차 일상적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상적 반응이라면, 우울증은 자기애의 상실, 죄책감, 망상, 자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무의식적이고 병리적인 반응이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그 죽음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아는가, 그렇지 못한가이다.

애도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다. 동시에 살아 있는 ‘나’를 위한 일이다. “죽은 자에 대해 충실을 다하는 것이 내가 정의롭게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애도는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떤 죽음은 ‘사회적 애도’가 이뤄지지 않는다. 의문사 사건도, 4·16 세월호 참사도 우리 모두 ‘누가’ 죽었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죽었는지, 무엇이 그를 죽게 했는지는 온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속에 싸여 있다.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사회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적 차원에서의 애도 또한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애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강좌에 참석한 작가기록단 이호연씨는 유가족들이 ‘정치’라는 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분들은 사실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나는 4·16 참사가 정치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걸 ‘정치’라고 명명하는 순간 이분들의 진정성이 굉장히 의심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끊임없이 유가족들이 정치라는 개념과 거리두기를 해오셨다. 이런 조건이 우리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직접행동 기저에는 고통이

정원옥씨는 우리 자신의 애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책을 몇 줄 읽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유가족들을 보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이 고통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건 어떨까. 이 고통은 우리가 인간답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한 발짝 더 나아가보면 사회적 실천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다양한 직접행동이 있었는데 그 기저에는 참사로 인한 고통이 있었다. 아무런 괴로움이 없었다면 시민들은 길거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고통은 궁극적으로 4·16 참사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박희정 작가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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