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쪽은 감청영장 집행은 기술상 불가능해 거부할 수 있지만 압수수색영장은 이행해야 한다. 올 상반기 카톡 압수수색 건수는 감청의 35배나 됐다. 10월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석우 카톡 공동대표가 참고인 진술을 하는 모습. 한겨레 김태형 기자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것과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감청영장)를 집행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은 ‘과거의 자료’를, 감청은 ‘미래의 자료’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피의자의 지난 3일간 행적을 추적하려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이미 존재하는’ 3일간의 카톡 대화 내용을 압수한다. 반면에 감청영장은 발부 이후에 이뤄질 카톡 대화 내용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살인을 카톡으로 교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치자. 검찰은 감청영장을 신청해 발부받는다. 그때부터 피의자의 카톡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볼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범죄 수사는 과거 행적을 캐는 일이라 압수수색을 통해 이뤄진다. 불법집회 혐의로 카톡 대화 내용이 수사기관에 넘어간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도 그랬다. 이에 비해 감청은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을 빼낼 수 있어 허가 요건이 더 엄격하다. 적용 범죄도 형법상 내란, 외환죄, 통화에 관한 죄, 살인·체포·감금, 마약류 위반 등 10개 중죄에 적용된다.
카톡의 경우 기술상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검찰이 감청영장을 제시하면 카톡 쪽은 3~7일 단위로 카톡 대화 내용을 모아서 제출해왔다. 이것은 대법원 판례(2012년)에 어긋난다. 대법원은 “감청은 전기통신(전화, 팩스, 카톡 등)을 송신과 수신되는 순간에 가로채는 ‘현재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후 서버에 저장된 대화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밝혔다. 감청영장을 받아놓고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했으니까 위법한 증거 수집이 됐다.
검찰은 왜 감청영장을 고집했을까. 편리성 때문이다. 감청영장은 한번 받아놓으면 최장 두 달간 사용할 수 있다. 카톡 쪽의 협조로 카톡 대화 내용이 특정 기간마다 딱딱 들어온다. 압수수색영장이었다면 2~3일에 한 번씩 검찰이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야 했다. 카톡 쪽이 뒤늦게 ‘감청영장 거부’를 선언했지만 검찰은 아쉬울 게 없다.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카톡 대화 내용을 여전히 확보할 수 있다. 날마다 영장을 발부받는 등 절차가 다소 번거로워지겠지만 말이다.
감청영장과 비교해보면 압수수색영장은 손쉽게 발부된다.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만 있으면 된다. 올 상반기 카톡 압수수색 건수는 2131건이었다. 감청(61건)의 35배다. 수백∼수천 명이 복잡하게 연결된 카톡의 특성상, 압수수색을 하면 검찰은 범죄와 관련이 없는 사적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전자우편 등을 압수할 때 대법원(2011년)은 “범죄 관련 내용만 압수수색해야 하고 선별 불가능하면 분석 과정에 피의자나 변호인을 입회시키라”는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검찰은 카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할 때 관행적으로 피의자·변호인에게 통지하지 않아왔다. 입회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뒤에도 통지에 소극적이다. 법률은 ‘기소·불기소 처분을 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알리라고 돼 있지만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지를 수개월, 수년간 미룬다. 끝내 통지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현행법은 전자우편이나 메신저 등의 압수수색 요건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당사자의 참여권이나 알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사이버 검열’에 대한 시민적·법치주의적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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