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과 함께 사는’ 사람은 피엘(PL·People Living with HIV/AIDS)만이 아니다. 에이즈운동을 하는 비감염인 활동가, 감염인들을 돕는 의료인도 ‘HIV와 함께 사는’ 경험을 나눈다. 이들은 지난 6월3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Bravo! Positive Life’에서 동호씨의 20주년을 축하했다.
<font size="3">PL과 함께 나들이하고 밥 먹고 </font>권미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10년째 에이즈운동가로 살고 있다. 그는 HIV/AIDS를 둘러싼 사회적 차별, 국가의 무책임과 맞서고 감염인의 인권을 지키는 운동을 해왔다. 나누리+는 최근엔 감염인 요양병원 문제를 알렸고, 예전엔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수입을 막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싸웠다. 그는 한국 HIV/AIDS 감염인연합회 KNP+ 활동도 같이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밥상모임을 이끈다. 피엘들과 함께 꽃이 피면 남산에 가고, 모여서 밥을 먹는다. 약사인 그는 “2000년대 중반 에이즈 약에 내성이 생긴 사람이 복용하는 2차약, 3차약이 나오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움큼씩 먹던 약이 적게는 한두 알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은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일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가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여전히 건강에 대한 불안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도 관리 가능한 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진 판정을 받고 난 뒤에 겪는 은둔 시기가 짧아졌어요.” 그에게 “가족들도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요양병원 싸움을 하면서 만난 가족이 있었는데 의외로 병에 대한 원망은 적었어요. 오히려 이 병으로 환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땅에 떨어지니까 그걸 힘들어했죠. 그 경험이 가족한테도 고스란히 옮겨져서 가족도 주눅이 들어요.”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인 정욜씨는 올해부터 KNP+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젊은 피엘들이 겪는 군대·직장 문제가 있다”며 “군 면제를 받으면 무엇 때문인지 말하기 힘들고, 입사하려면 HIV 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태도는 변하고 있다. HIV 확진 판정을 받은 이정식(26)씨가 지난 1월, 에이즈 커밍아웃을 했다.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도 피엘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다.
<font size="3">퍼트리면 처벌? 사는 병이라면 달라져야 </font>20주년 ‘파티 피플’ 중에는 김태형 순천향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있었다. 그는 “환자들 때문에 폭이 넓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HIV 감염인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동화될 수밖에 없어요. 엄마 정신을 갖고 챙겨줘야 하거든요. 엄마들은 판단하지 않잖아요. 무조건 자식을 살리고 싶으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이런 게 존재하는구나 인정하게 되죠.” 그는 한국적 상황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한국은 치료약과 에이즈가 같이 들어왔어요. 1980년대 후반에 처음 감염인이 생겨서 90년대 후반에 늘어났는데, 90년대 후반은 이미 약이 나오던 때였거든요. 미국은 1980년부터 17년 정도를 약 없이 사망선고만 했거든요.” 이렇게 HIV/AIDS를 둘러싼 상황은 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변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나라 법이라든지 모든 것이 죽을병임을 전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에이즈를 퍼뜨리면 처벌받을 수 있죠, 죽을병이기 때문에. 사는 병이라면 달라져야죠.”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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