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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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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듯 나갈 듯 주저앉다

동문회장과 이사장으로 30년째 연세대 재단에 관여해 온 방우영… 전두환 금일봉 보이며 동문들로부터 100억 모으기도
등록 2012-01-13 17:21 수정 2020-05-03 04:26

방우영 연세대 재단이사장은 1981년부터 15년9개월 동안 연세대 동문회장을 맡았다. 동문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1997년부터는 연세대 재단이사장을 맡았다. 동문회장은 재단 이사를 겸한다. 30년째 연세대 재단에 관여해온 사람은 방 이사장뿐이다.
동문들이 자신을 추대했다고 밝혀
1946년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 상과에 입학한 방 이사장은, 자신의 자서전 격인 책들에서 ‘연세대’를 비중 있게 다룬다. 그는 동문회장과 이사장 자리 모두 동문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을 추대했다고 밝힌다. 2008년에 펴낸 를 보자. 1981년 6월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에서 낚시를 하는데 경찰 순찰차가 확성기로 “조선일보 사장”을 찾았단다. 조선일보 본사에서 방 이사장을 찾는 긴급연락을 화천경찰서로 넣었는데, 이유인즉, 당시 연세대 동문회장 등이 조선일보로 찾아와 후임 동문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방 이사장은 “능력도 안 되고 신문사 일로도 벅차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동문들이 계속 찾아왔고 백낙준(전 연세대 총장) 박사까지 직접 나서서 “연세대 나온 놈들 중에서 그래도 김우중하고 방우영이가 제일 낫다”며 무조건 맡으라고 했다고 한다. 방 이사장은 그해 9월, 12대 동문회장에 취임하며 “모교 교훈대로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학교가 잘되도록 동문회가 적극 도와야 하며, 학교 일에 간섭하거나 청탁을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동문들에게 강조했다고 썼다.
그는 동문회장으로 있으면서 동문회의 덩치를 키운 일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아들이 연세대에 입학하자 ‘금일봉 5천만원’을 받아냈다. ‘전두환 대통령 일금 5천만원’이라고 크게 써넣은 기부방명록을 들고 기업체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대통령이 5천 내놨으니 회장님은 그 10배는 내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부분 선선히 내놓았다.” 이렇게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2년 사이에 100억원을 모았다고 한다.
동문회장에 이어 1997년 재단이사장을 맡게 된 이유를 그는 이렇게 밝혔다. “동문회장은 당연직 재단 이사였지만 나는 재단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동문들 사이에서 ‘이제 연세대 출신이 재단이사장을 맡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나에게 재단이사장을 맡으라는 권유가 있어 14대 재단이사장에 취임하게 됐다. …재단이사장을 하면서도 압력단체가 되지 않겠다는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인사권은 전적으로 총장에게 일임했다. 나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해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하니 나중에는 소문이 났는지 부탁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재단이사장은 명예직이니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재단 분규로 골머리를 앓는 사립대학이 적지 않은데 연세대는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8년에 펴낸 에서는 “(동문회장직을) 그만둘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동문회장의 연장선상에서 모교 재단 이사장을 맡게 되어 무거웠던 짐을 풀게 되었다”고 썼다.

» 2010년 3월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개교 봉헌식에 참석한 방우영 연세대 재단이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한겨레> 자료

» 2010년 3월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개교 봉헌식에 참석한 방우영 연세대 재단이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한겨레> 자료

“기여도 했겠지만 좋은 이미지 아냐”

이진 목사(연세대 신과대학 동창회장)는 “방 이사장이 동문회장에서 물러난 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동문회장을 맡았는데, 라는 언론사가 가진 특수한 영향력 때문인지 기업 등에서 모금을 할 때 ‘김우중보다 방우영이 낫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방 이사장은 언론을 통한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분이다. 이사장 자리를 틀어쥐고 앉아서 나갈 듯 나갈 듯하다가 주저앉은 상황이다. 방 이사장이 학교에 기여한 바도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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