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탁기형 선임기자
지난 9월초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결심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그의 승리를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한국의 ‘대표 시민단체’를 만들고 운영해온 시민운동가였기에, 또한 시민운동은 ‘더러운 정치판’에 발을 담그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기에 그 소식은 더욱 놀라웠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한마디로 지지율이 50%를 오르내리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아무런 조건도 없습니다. 제가 출마 안 하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이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길 바랍니다.” 딱 세 문장으로 안 원장은 ‘박원순 지지’를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10·26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53.4%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득표율 46,2%)를 눌렀다. 출마선언 초기 지지율이 5% 안팎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10배나 지지율이 뛰어오른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이겼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의 일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밥 먹이는 일조차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오세훈 전 시장과 한나라당, 불통과 독선만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가 호되게 심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야 5당이 힘을 합쳤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지금 정부·여당의 정책 ‘좌클릭’과 반성 움직임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야권 통합정당 건설도 좀더 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짧은 기간에 보여준 ‘박원순표 시정’ 또한 놀랍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라온 정책 제안이나 민원성 글에 일일이 직접 답변을 단다. 문제가 있는 경우엔 담당 공무원에게 처리를 지시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으로 낮췄고, 저소득층 전세자금 무상융자 정책도 내놨다. 이미 전임 시장이 짜놓은 예산안을 얼마나 건드릴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접어줄 만했다.
박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혼자 용빼는 재주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우리는 ‘함께하는 것으로 힘이 되는 서울시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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