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오후 3시 서울 남부지방법원 315호 법정에서 영화 상영등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열렸다. 맛집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 영화 가 상영·배포·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문화방송이 낸 신청이다. 법정에는 성지용 판사 등 판사 3명과 변호인, 신청인인 문화방송 관계자와 피신청인인 제작사 김재환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재환 대표가 전하는 심문 과정은 이렇다.
영화 보고 나자 술렁인 법정
심문이 시작되기 전에 판사가 말했다. “이건 참 이상한 사건입니다. 주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하는 입장인 방송사가 영화사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어요. 내가 알기론 한국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신청인인 문화방송은 이런 사례가 자사에도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셨습니까?” 판사의 질문에 문화방송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인은 “알고 있습니다만 신청인의 명예가 크게 훼손될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문화방송이 상영 금지를 요구한 이유는 명예훼손이다. 영화 가 문화방송이 돈을 받고 음식점을 출연시키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돈을 받고 음식점을 출연시킨 일이 전혀 없으며 영화에 나온 의 경우는 홍보대행사 직원이 출연 연예인이나 제작사, 방송사에게 돈을 건네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영화 가 법정에서 상영되자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상영이 끝나자 판사가 “영상물에서 방송사가 음식점으로부터 돈을 받고 맛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적시한 내용은 없지 않으냐”고 문화방송 쪽에 물었다. 명예훼손이라는 신청 취지와 다르다는 질문이었다. 변호인이 답했다. “지금 방청석에서 의견이 왔는데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수정한 것 같습니다.” 판사가 감독에게 물었다. “영화를 고친 일이 있습니까?” 김재환 감독이 대답했다. “단 1초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화방송 변호인은 “다시 반박 자료를 제출하겠다.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심문이 끝나고 판결까지 40시간 남짓 양쪽 변호인 사이에는 십수 쪽의 반박서와 재반박서가 몇 번이고 오갔다. 지난 6월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부는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문화방송의 신청을 기각했다.
미디어가 미디어를 상대로 한 이 법정 싸움의 특이한 점은 모두가 미디어의 본래 의미를 두고 싸웠다는 것이다. 는 미디어의 속성을 고발한 영화다. 법원은 신청을 기각하며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방패막이가 된 <pd></pd>
문화방송은 법정에서 “영화에 담긴 허위 사실 때문에 공영방송으로서 거대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호해온 문화방송의 신뢰도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철 대표이사 이름으로 낸 신청 취지에서 “〈PD수첩〉을 필두로 사회 거대 권력을 고발하는 공익적 언론 활동을 충실히 담당해왔다. 이 덕분에 쌓은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PD수첩〉은 외압과 보복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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