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X-산천은 지난해 12월17일 이후 2월 초까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유리 파손이 13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프랑스 알스톰스가 개발한 KTX-I(TGV-K)의 유리 파손(61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더구나 10개 객실이 달린 KTX-산천이 19대가 운행 중인 반면, 20개 객실이 달린 KTX-I은 46대가 운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훨씬 커진다.
최근 두 달 동안 유리 파손만 130건
이처럼 많은 유리가 파손되자 코레일 쪽은 KTX-산천의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AS를 요청한 상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코레일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철길에 깔린 자갈이 유리에 부딪혀 파손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기존 KTX-I에 비해 2배가량의 유리가 파손돼 현대로템 쪽에 하자 보수를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겨울에는 차량에 붙은 눈이 철로에 떨어지면서 바닥에 깔려 있는 자갈과 충돌하고 다시 자갈이 열차풍에 빨려들어와 유리창을 파손시키는 일이 있다”며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온 것도 유리 파손이 많은 이유 중 하나지만, KTX-산천의 유리 파손은 특히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레일노조 관계자는 “KTX-산천의 경우 객차를 분리할 수 없고 수리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유리가 파손돼도 주변 좌석만 판매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리가 삼중창으로 돼 있지만 워낙 고속으로 달리다 보니 깨질 위험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KTX-산천은 차량 자체 결함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월11일 광명역에서 탈선 사고가 났고, 앞서 2월6일에도 부산역에서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던 차량의 배터리가 고장나 출발이 13분간 지연된 바 있다. 이처럼 KTX-산천은 지난해 3월 운행을 시작한 이후 크고 작은 장애가 15건 발생했다. 이 때문에 KTX-산천의 종합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시속 300km의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작은 고장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X-산천의 문제가 해외 수출 때문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KTX-산천은 현대로템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독자 기술로 제작한 고속열차다. 정부도 수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월 김황식 국무총리는 브라질을 방문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기업이 고속철도 (입찰)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수주하게 되면 기술 이전 및 시공 기간 단축 등의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속철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주미대사관 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X-산천의 안전 시비는 해외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과의 통화에서 “안전 문제에 대해 언론이 과장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작 코레일은 끙끙 앓고 있다. 한 관계자는 “KTX-산천은 일종의 금지어가 돼버렸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수출을 준비 중이어서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노조 “보도된 것 말고도 결함 많아”이에 대해 코레일노조 관계자는 “KTX-산천은 언론에 보도된 15건의 사고 외에도 차량 결함이 많이 발견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며 “수출도 좋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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