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역할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다. 진보와 보수의 논쟁도 그 핵심 소재가 국가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을 지배하는 문제이자 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의제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나라를 바꾸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 안 되면 정권을 바꾸자? 정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가? 정책을 바꾸자. 문제는 정책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경쟁, 성공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도 가혹하지 않은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각국에는 진보와 보수의 정당이 있고, 나라는 달라도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정책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정권이 바뀌어도 별 차이가 없다. 그 결과 정당 간 차이보다 나라 간 차이가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보수의 나라, 진보의 나라,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 훨씬 유용할 수 있다. 어느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인가? 여러 지표들을 가지고 유럽과 미국을 비교해보자. 한국은 어디쯤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font color="#638F03">왜 그렇게 모진 평가를 받아야 했나</font>노무현 정부 내내 한나라당과 언론은 ‘경제 파탄’이라고 규정하고 온갖 비난과 모욕을 퍼부었다. 여당이라는 사람들도 반론하지 않았다. 여당 후보는 노무현을 버리고 함께 만든 당까지 깨버렸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살리기를 공약했고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한나라당과 언론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파탄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역시 반론은 없었다. 과연 노무현 시대의 경제는 어떤 상황이었기에 그처럼 모진 심판을 받았을까?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는 진보의 정권이었는가? 보수시대의 진보주의?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제3의 길, 유럽의 진보주의 기준으로 평가해보자. 그래도 한계는 분명하다.
<font color="#638F03">보수가 내놓은 논리틀 안에서 갑론을박</font>감세는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는가? 실제로 성장을 하는가? 성장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성장을 가져다주는가? 트리클다운 이론은 사실인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나는가? 모자라면 어떻게 하는가? 세금을 줄이면 누구의 세금이 줄어드는가? 복지가 줄어들면 누구의 수입이 줄어드는가? 복지병은 사실인가? 높은 복지가 경제를 희생한 대가인가? 분배와 성장은 서로 배타적인 것인가?
지금까지 세계는 보수 진영이 내놓은 논리를 중심으로 갑론을박해왔다. 보수 진영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보수주의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 판을 걷어치울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 판에 둘러서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이 마당에서 결판을 내야 할 처지다.
(오늘날 보수 진영의) 핵심 사상은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진보 진영에서는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노선으로 대응한다. 지난날 진보 진영의 주장을 상당히 수정한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는 제3의 길이 대세인 것 같다.
<font color="#638F03">사람들 생각이 바뀌어야 정권도 바뀌어</font>진보의 정책,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정부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결정한다. 국회는 누가 움직이는가? 국회의원 개개인은 별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은 정당의 결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정당이 움직인다. 결국 정당이 중요하다. 그것도 국회를 지배하는 정당이 중요하다.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교란될 뿐이다. 교란되는 이유는 시민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따라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정치공학적 전술을 사용한다.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고 지배한다. 돈은 언론을 움직이고 자금을 댄다. 시민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수 있는가? 득표를 분석해보면, 2002년은 영남의 일부가 호남의 표와 제휴할 수 있는 아주 특수한 구도였다. 이런 구도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영남 보수의 분열이나 실수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까?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할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먼저 바꾸어서 정권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게 맞는 길인 것 같다. 과연 가능할까? 정치에는 항상 기적이 있고, 이변이 있다. 역사는 그렇게 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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