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사람들은 때때로 인생을 바꾸는 결심을 한다. 박인용(43· 맨 왼쪽)씨는 지난 2003년 ㄷ그룹 경영조정본부 과장에서 장애인단체 활동가로 전업했다. 그의 한 달 수입은 이전의 10분의 1 정도로 뚝 떨어졌다. 박씨는 왜 전업을 결심했을까.
박씨가 12년간의 직장생활을 접은 것은 올해 15살이 되는 딸아이 때문이다. 지적장애 1급인 딸은 유치원에 가야 할 5살 때부터 세상에 거절당했다. 아이가 3일간 다닌 유치원은 “현재 유치원 교사로는 산만한 아이를 보기에 역부족”이라 말했고, 어렵게 옮긴 어린이집은 “야외 프로그램에는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치원은 문전에서 거절했다. 박씨는 결국 2002년, 해당 유치원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장애아동 치료와 교육을 공공화하고 무상화하라’는 내용이었다. 인권위는 ‘현실적 여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그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딸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씨는 그렇게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장애인 교육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모임을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로 공식화하고, 장애인 교육권을 주장할 ‘장애인교육권연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통과된 ‘특수교육진흥법’은 이들 단체의 쾌거다. 장애아동의 교육이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한 법이다.
2009년. 박씨의 활동가 경력은 7년째로 접어든다.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가정친화적이 됐죠. 예전에는 돈만 벌어다주고 아이 돌봄과 무관한 아빠였다면 지금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됐습니다.” 박씨는 매달 수백만원을 벌던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졌단다. 현재 박씨가 정책위원장으로 있는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는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이다. 장애인 가족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아동이 있는 가족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집니다. 한쪽은 아이 때문에 돈이 너무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두 배의 양육 부담을 느끼죠. 이들 가족에게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동료 부모가 상담해주고, 부모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원이 더 필요한 한부모 가정, 소득수준이 낮은 빈곤층 가정을 중심에 둘 계획이다. 박씨의 최종 목표는 장애아동 교육, 장애아동 도우미 서비스 등을 모두 국가가 담당하도록 공공화하는 것이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 삶을 바꾼 박씨는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손꼽아 기다린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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