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못 그리는 아이’여서 슬픈 미술 시간은 이제 안녕. 전국미술교과모임에 속한 62명의 미술 선생님들과 문화연대 활동가 20여 명이 모여 새로운 미술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이하 ).
명화 등 순수예술 감상, 표현기법 늘어놓기 등 기능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미술 교과서를 버렸다. 흙바닥을 맨발로 걸어보고, 나무를 꼭 껴안아본다. 종이를 튕겨서 소리를 들어보고, 종이를 구겨보고, 구긴 종이를 던지고 찢어도 본다. 흙, 종이, 나무 등 사물과 자연이 만드는 소리와 느낌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고장나거나 오래돼서 버릴 라디오, 스탠드 등 물건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사물 속에 들어가 있는 인간의 노동과 여러 가지 재료들을 다시 보는 시간도 있다.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세백(47·서울 방산중) 교사는 “아이들의 오감을 깨우는 미술 시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몸으로 느끼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지금의 미술 교육은 너무 ‘시각’ 위주로 돼 있어요. 게다가 아름답고 섹시한 것에만 치중돼 있죠. 촉각·후각 등 다른 감각, 두려움·놀람 등 다른 감정을 두루 경험하는 미술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가 탄생하는 데는 6년이 걸렸다. ‘교과서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 게 2002년이다. “책을 하나 쓴다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일단 틀을 다 만들어야 하잖아요. 최종적으로 교과서는 ‘체험’ ‘소통’ ‘이해’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눴지만 다른 의견들이 많았어요. 그 의견을 다 조율하기가 힘들었어요.” 이 교사가 말했다. 본격적인 집필 준비 과정은 6년이지만 실제 는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빚은 결과다.
1990년 전국미술교과모임이 만들어진 뒤 ‘새로운 미술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선생님들이 실시한 ‘다른 미술 수업’ 사례연구를 모았다. 매년 네 차례씩 전국미술교과모임에서 펴낸 계간지 에 그 사례연구들이 축적돼 있다. 그중 선별한 것들이 에 담겼다. 11월1일에는 서울 창덕궁 옆 카페 마고에서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오감을 깨우는 미술 시간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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