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뒤 확산되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국토부 비판언론에 재갈 물리기 나서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인천공항공사 민영화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등 정부 부처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가장 먼저 외국의 공항 민영화 모델 예를 들면서 인천공항공사 인수사로 맥쿼리 금융그룹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국토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하고 있다.
에만 정정보도 요청
맥쿼리와 이명박 대통령 인맥의 관계를 분석한 의 보도(725호 줌인-인천공항공사, 조카를 위해 준비했다?)가 나간 뒤인 8월20일 국토부는 ‘맥쿼리그룹 인천공항 지분매수 보도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이 자료에서 “현재 인천공항공사에 대해 구체적인 매각 방식, 절차, 인수 기업 등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외국 자본인 맥쿼리에 넘긴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특정 기업을 매수 기업으로 거명하는 것은 정부 협상력과 인천공항 매각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8월11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인천공항공사 인수 기업으로 맥쿼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인 바 있다. 강 장관은 국회 공기업관련특별대책위원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공항의 예를 들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공항 비즈니스가 유망한 비즈니스인데 인천공항이 현재 3년 연속 1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과 컨소시엄을 이뤄서 다른 나라 공항 비즈니스를 따기 원하는 회사들이 상당히 있다. 예를 들면 시드니공항이라든지 이런 데 관리회사들하고 함께 자본 참여를 시키고 인천공항이 다른 공항의 경영을 인수하는 그런 문제이다”라고 답했다.
민영화한 시드니공항에 투자한 곳이 바로 맥쿼리다. 시드니공항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 답변으로 맥쿼리가 부각됐다.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와 맥쿼리의 연관성에 대한 언론과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는 강 장관의 이 발언이 알려지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맥쿼리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서 나온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장관의 발언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맥쿼리 쪽은 “현재로선 인천공항 민영화와 투자 결정 등에 대해 어떤 의사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한 국토부의 언론 대응을 두고도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 첫 보도 이후 , , , , 등 다른 매체들이 같은 내용을 따라 보도했는데, 국토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면서 과 등 일부 언론만을 골라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황성연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 기사가)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겨눈 기사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무한정 확산되고 다른 언론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통령이 걸려 있는 문제여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책 비판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을 국토부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한 게 아니라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과정에서 맥쿼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는 이 대통령의 인맥을 분석해 보여준 것이었다. 이 대통령보다 민영화의 부작용을 겨냥한 게 더 맞는 말이다.
또 국토부는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에 따르는 부작용은 숨긴 채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시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국토부 항공정책과는 정부포털사이트인 정책포털(korea.kr)에 올린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 ③인천국제공항’ 자료에서 인천공항 운영부문 등 49%의 지분만 매각하고 외국인이 경영권을 갖는 일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최대 소유 지분을 15%로 제한해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을 눈속임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공항지분을 사들인 업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합하면 30~40% 이상의 우호지분으로 묶일 수 있다. 정부보다 지분이 낮더라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뭉갤 수 있는지도 문제다. 지분을 매수한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일 경우 과연 정부가 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김병권 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인천공항은 자본금이 4조원, 자산규모가 7조~8조원에 이르는데 지분을 쪼개지 않고 매각하면 누가 살 수 있겠는가. 당연히 지분을 조금씩 쪼개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항 설립 당시부터 인천공항 민영화가 추진돼 왔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8월에 이미 2002년까지 전체 지분의 51%를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하기로 방침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현재를 같이 놓고 보면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화 유치가 시급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일부 공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이 외국인 손에 넘어갔고, 이로 인한 헐값매각 논란으로 지금까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욱 인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DJ 정부 때는 인천공항공사뿐만 아니라 한국공항공사도 같이 매각하려 했다. 당시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에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공항을 매각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도 국토부의 정책방향인가”라고 되물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더라도 과연 외국 인수사로부터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지가 의문인데다,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를 민영화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걸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살리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매각 뒤엔 고스란히 국민 부담”
보도 뒤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8월20일 논평을 내고 “인천공항공사 매각은 공항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영화의 도그마에 빠져 멀쩡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유력한 인수자로 벌써부터 대통령 친인척이 근무하는 외국계 특정 금융회사가 거론되고 있다”며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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