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귀 쫑긋 세워보세요. 서울 구석엔 이렇게 별난 라디오 방송도 있답니다.”
서울 홍익대 앞 전시공간 ‘헛’ 2층에 모인 사운드아트 작가와 기획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사운드아트? 이른바 음악과 일상의 소음 사이에서 ‘소리의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8월5일부터 26일까지 저녁 나절 서울 홍대 부근에 차를 몰고 지나간다면 카오디오의 FM 주파수를 101.5MHz로 잠시 고정해보라”고 권했다. 좀 지직거리지만, 공중파에서 들을 수 없는, “듣기의 잊혀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방송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은 뭘까?
인디밴드가 찢어질 듯 연주하는 오페라, 11개 나라 말로 같은 책 중얼거리는 소리, 루마니아·아르메니아 음악가의 현악 4중주, 성폭행 피해를 당당하게 털어놓는 여성들의 진짜 육성, 그날 진짜 날씨와 거꾸로 나가는 날씨 정보, 시장 상인들의 육성 애창곡, 동성애자 뉴스, 강산에씨의 라이브록 등등. 디렉터 양지윤씨가 프로그램 편성표를 건네주면서 발랄하게 말한다.
“‘SFX 서울라디오’. 저희가 만든 대안 라디오의 이름입니다. 생소한 사운드아트의 듣는 재미를 친숙한 라디오로 전하려는 거지요. 몸과 분리된 소리를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는 라디오의 환상적 메커니즘을 뜯어보려는 생각도 있고요. 사실 주파수 찾기도 어려웠고, 방송통신위원회 허락도 받느라 고생깨나 했어요. ”
방송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헛의 2층 오픈스튜디오에서 100% 공개 진행한다. 1층에는 사운드아트 설치물도 전시하며, 좀 떨어진 서울 평창동 크로프트 갤러리에서 퍼포먼스와 아카이브 전시도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 800만원과 숭실대 미디어랩 지원으로 간신히 차린 방송 시설은 1W 이하의 저출력이다. 음량이 작고, 청취권도 합정역에서 신촌역 사이 정도다. 캐나다 출신 작가 겸 디렉터인 고틀립은 “그래도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서구에서는 저출력 라디오 방송으로 사운드아트를 전파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마음껏 하고 싶은 소리를 내보내고, 누구든 같이 어울려 방송한다는 게 얼마나 짜릿합니까.” 싱어송라이터 여성가수 3명과 음악 방송을 꾸미는 작가 강영민씨도 “순수 실험방송이라니까 음악 하는 언니들이 더 좋아하더라”며 “돈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작업이 더 재미있고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작가들이 한목소리로 외친다.“듣는 건 모두 공짜래요!” 알고 보니 그들 작품도 전혀 팔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방송은 인터넷 라디오(sfx.yonsei.ac.kr)로도 들을 수 있다. 02-6410-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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