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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열사’ 된 것도 하늘의 도움”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맥도널드 발언”으로 파문 일으켰던 뉴라이트 임헌조 사무처장 인터뷰

▣ 글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6월5일 문화방송 에서 “미국에서도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와 내장이 소비되고 있으며, 대부분 맥도날드 등 햄버거에 사용된다”고 발언해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6월12일 과 인터뷰를 한 임 사무처장은 “한국 맥도날드는 오스트레일리아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쓰는 것이 분명하다”며 “반대 진영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맥도날드 이야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임헌조 열사’라고 부르는 사실을 알고 있나?

=자고 일어났더니 열사가 돼버렸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좀더 신중히 발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에 나간 이튿날,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 블로그에 1만 명 정도가 몰려와서 ‘너는 고아가 될 것이다’ 등 협박성 게시물을 올렸다. 내가 에서 촛불집회의 폭력성을 지적하니까 반대하는 쪽에서 조직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맥도날드 파동’이 벌어진 것은 그 직후였는데, 저쪽에서 그걸 우스꽝스럽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내가 열사가 됐고 덕분에 나에 대한 공격도 한풀 꺾였다. 이것도 하늘의 도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시 토론에서 촛불집회의 배후론을 제기했는데 아직도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나?

=배후라기보다 조직적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이유로는 우선 정부의 국정운영 미숙을 꼽을 수 있지만, 공영방송이 진실을 보도해야 함에도 근거 없는 이야기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지금도 국민은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을 보며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여기에 친북좌파 단체가 개입해서 분위기가 더욱 폭력적·정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것이 촛불 정국을 만든 핵심이라고 보나?

=그렇다. 반미 정서가 높은 남미도 월령에 상관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만 그것이 반미투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똑같은 것을 먹고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많은데.

=국민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은 먹을거리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중세시대의 폭동과 봉기도 먹을거리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한 일도 크게 없다. 만약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내용을 전달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이 잘못 보도한 것이 뭔가?

=기자나 전문가들도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은 안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에 출연한 다음날 문화방송 에서 한국 맥도날드가 자신들은 오스트레일리아산을 쓴다고 표명했다. 그러자 맨 마지막 멘트가 ‘미국인들도 안 먹는 30개월령 이상을 수출해서 한국인들에게 먹게 하려는 미국은 잘못입니다’였다.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면 국민은 미국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 수밖에 없지 않나.

30개월령 이상 소가 광우병 위험이 크고, 미국에서 이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 가운데 18% 정도가 30개월령 이상이다. 지역마다 다른데, 서민들이 몰려 사는 지역을 보면 30개월 이상이 50% 이상 소비되는 곳도 있다.

값이 싸니까 당연히 서민이 먹는 것 아닌가?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정부 자체가 신뢰를 상실해서 국민이 믿지 않는다. 나는 을 포함한 언론사 기자,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민간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서 확인하면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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